▲ 이다솜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단상 1

수습노무사 때 주변의 많은 노무사 선배들이 그랬다. 분명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가 병합된 사건이었는데, 부당해고만 인정받고 부당노동행위는 기각됐음에도 “이겼다”고 했다. 절반의 승리인 것 같은데, 왜 아무렇지 않게 그냥 “이겼다”고 하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 아니었을까.

특히 징계·해고 등의 구제신청과 함께 들어가는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인 경우에는 ‘판정서가 자판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징계 등의 사유가 존재하면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던 그 많은 사실관계들은 심리 대상도 되지 못한 채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가?→Yes→부당노동행위 아님’이라는 공식에 따라 틀에 박힌 판정서가 송달됐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당노동행위 의사 없이 노조 조합원에게 징계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사용자 인사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현실, 즉 근태불량·직장질서 문란 등의 구실로 얼마든지 징계사유를 만들어 내고 게다가 인정도 되는 현실에서 징계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곧바로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 발 양보해서 징계사유가 있더라도 양정을 과도하게 처분했다면 최소한 부당노동행위 심리도 함께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 단상 2

역시 수습노무사 때 일이다. 누군가 “사건에 있어서 노무사는 부당노동행위를 이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그 말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은 대단한 실력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뜻으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나중에야 알게 됐다.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은 사실 대리인 실력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을.

“노동위원회 처분은 행정심판이지만 부당노동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형사사건에 준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말은 어느 사건에서나 나오는 사측의 단골 레퍼토리다. 그래서 “무조건 직접적인 증거여야 하고, 증거능력은 물론이거니와 증명력 또한 의심의 여지없이 완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지겨운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는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이 노동자(또는 노동조합)에게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내심의 의사를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날이 갈수록 은밀하고 교묘하게 이뤄지는 부당노동행위의 직접적인 증거를 노조가 입수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법률적으로는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존재를 ‘추정’할 수 있는 제반 사정을 검토해 판단하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노동위원회에서는 형사처벌을 전제로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하므로 과도할 정도로 엄격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에서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 ‘확신’할 수 있는 정도의 증거가 있어야만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배·개입과 같이 단독으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현실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받는 것은 노무사의 실력도, 추정의 법리도 아닌 얼마나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애초 부당노동행위의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인정 요건이 직접 증거로 한정된다면 과연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에서 구제받을 수 있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근본적인 목적과 그에 따른 구제신청제도 취지, 노동위원회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분명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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