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이 4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며 국무회의가 열리는 5일까지 노숙 투쟁에 나선다고 알리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5일 국무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법안을 바로잡을 기회는 사실상 사라진다. 노동계와 정의당·소수 야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이유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이어 청와대 앞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가로막고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악안을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노총 첫 청와대 앞 노상 중집

한국노총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한국노총이 청와대 앞 노상에서 중집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주영 위원장은 중집위원들에게 “국회에서 통과된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해야 한다”며 “비록 회의장소에는 걸맞지 않지만 현장의 수많은 동지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회의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중집에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앞 노숙농성과 1박2일 1인 시위를 결의했다. 중집위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투쟁결의를 밝힌 뒤 곧바로 노숙농성과 1인 시위에 들어갔다.

1인 시위 첫 주자로 나선 김주영 위원장은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자·서민의 실망과 피해를 지적했다. 그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약속에 희망을 가지고 있던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법 개악안 국회 통과로 기대가 산산이 무너졌다”며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다”고 비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6.3%로 “찬성한다”(39.5%)보다 6.8%포인트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지난달 25일 72.8%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28일 71.9%로 하락했다.

5일 정부서울청사 앞 긴급결의대회 개최

한국노총은 5일 오전 국무회의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긴급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법 개악안 폐기”를 요구한다. 16개 지역본부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거캠프 앞에서 ‘개악 최저임금법 폐기 촉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과 대국민 거리선전전을 한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의 역할은 사실상 사라졌다”며 “폐기됐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지침도 부활시키고 임금체계도 사용자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최저임금법 개악은 명백히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대선공약 파기이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폐기”라며 “문재인 대통령께서 결단을 내려 최저임금법 개악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국무회의가 끝날 때까지 노숙농성과 1인 시위, 결의대회를 이어 갈 것”이라며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의결되더라도 한국노총은 법안 폐기를 위한 투쟁지침을 마련하고 최저임금제도의 목적을 되살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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