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후폭풍을 매섭게 맞고 있다. 5월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주일이 흐르는 동안 노사관계는 벌집을 건드린 모양새다. 노동계는 정부와의 모든 대화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사회적 대화를 앞둔 시기에 노사관계마저 된서리를 맞은 형국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 서둘러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책임은 비켜갈 수 없다.

그런데 절차적 과정이나 누구의 책임 탓으로만 돌리면 생산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임금이 추구하는 목적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개정안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제대로 보완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번 개정안이 최저임금 제도의 형평성은 확보했지만 임금 안정성은 확보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한다.

형평성은 최저임금이 인상됐을 때 회사마다 균등하게 적용받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회사마다 최저임금 수준이 다르게 적용된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 상여금이 있는 회사와 상여금이 없는 회사에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된다고 가정해 보자.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월급 기준으로 157만원에서 209만원으로 52만원 인상된다. 여기서 상여금이 있는 회사라면 인상수준이 더 높아진다. 상여금이 100%인 회사는 226만원으로 오르고 상여금이 200%인 회사는 244만원, 300%인 회사는 261만원으로 인상된다. 상여금이 100% 차이가 날 때 총임금은 17만원씩 차이가 발생한다.

이처럼 최저임금이 1만원 올랐을 때 상여금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는 임금인상 수준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상여금이 계산되는 속성 때문이다. 상여금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정률로 계산한다. 정률계산법은 금액이 클수록 효과도 크다. 같은 10%라도 1만원의 10%와 100만원의 10%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1만원의 10%는 1천원이지만, 100만원 10%는 10만원이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수준이 낮았을 때는 정률 효과가 크지 않다. 기업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최저임금 수준이 대폭 오르면 정률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다.

개정안의 문제는 임금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연봉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에게는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정부와 여당은 최저임금 157만원에다, 산입범위에서 제외되는 상여금 월 39만원과 복리후생비 11만원을 합쳐 연봉으로 계산하면 2천500만원 이하가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런데 정부는 두 개의 조건을 필요조건으로 설정했다. 연봉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일지라도 상여금을 39만원 이상 받거나 복리후생비를 월 11만원 이상 받는 두 개의 조건 중에서 1개라도 해당하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임금 안정성을 해친 결과는 2천500만원 이상 4천만원 이하 차상위 계층에 대한 정책적인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사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 계층이 연봉 2천500만원 이상에서 4천만원 이하에 속하는 노동자들이다. 이 계층은 사업장에 노조가 있든 없든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결정되는 곳이 많다. 특히 상여금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2024년까지 기본급 인상수준이 최저임금 이하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킨 것도 임금 안정성을 훼손한 조치다. 이들 계층은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저항도 크다.

지금까지 최저임금 제도의 속성을 봤다면, 최저임금 후속대책은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첫째는 최저임금 수준을 대폭 인상하는 것이다. 둘째는 차상위 계층을 위한 소득인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의제를 새로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주도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도 변화는 우호적인 국면에서 세력 간 전략적 동맹을 통해 진화했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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