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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본 최저임금법 개정안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매월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양대 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을 철수시켰다. 진통 끝에 태어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출범하자마자 휴업했다. 대통령의 후광을 업어 치솟던 여당 지지율은 꺾였다. 사실 두려워할 것은 지지율이 아닐 듯하다. 지지율을 떠받치던 이들, 노동자들의 이반이 무섭다. 피해가 없을 것이라던 저임금 노동자들은 울분을 토한다.
 

윤영금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

투쟁으로 올린 상여금 빼앗는 임금도둑
윤영금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

교육공무직(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수년간 투쟁으로 급식비·교통비·상여금·명절수당·맞춤형복지비 등을 쟁취해 처우를 개선했다. 특수교육실무사로 12년 동안 일한 내 연봉은 지금도 2천5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정규직에 비해 반토막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우리 같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1만원은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악으로 최저임금이 올라도 기본급은 오르지 않고 수당을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결국 수당을 도둑맞는 꼴이 됐다. 비정규직에게 학교 현장은 워낙 열악하다. 투쟁을 하면서 상여금을 조금씩 늘렸다. 매년 8만원 받던 급식비를 올해부터 공무원과 같이 13만원을 받기로 했다. 이제 최저임금의 7%를 넘는 복리후생비는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해 과거 우리 투쟁까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비정규직 연봉을 2천500만원 이하로 묶어 두려는 것 같다. 가진 자들이 약자들에게 부리는 횡포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수억원의 세비를 쓰는 국회의원들이 맘대로 결정했다. 취업규칙도 사용자 맘대로 바꾸게 하고 최저임금 도둑질을 합법화해 줬다. 우리 사회에 가장 약한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삼모사에 속는 원숭이 취급했다. 희망이 절망이 됐다. 화가 나서 잠도 잘 오지 않는 지경이다. 줬다 뺏는 게 더 나쁘다. 최저임금 도둑질을 열어 준 최저임금 개악법안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

 

편완종 삼동노조 사무국장

허점투성이 개악안에 노동자 피해 가중
편완종 삼동노조 사무국장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충분한 논의나 실태조사 없이 마련됐다. 현장 시뮬레이션 한 번 해보지 않고 법안을 만들다 보니 허점투성이다.

삼동의 경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이후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산입했다. 국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는 포함시키면서 통상임금에는 산입하지 않는다. 지극히 사용자 편향적인 법안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는데,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은 임금체계 개편이 아니다.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해고예고수당과 연차휴가수당, 각종 연장노동의 가산임금 인상효과를 얻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중 각각 해당 연도 최저임금의 25% 이하와 7% 이하 금액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했다. 어떤 근거에서 산출된 기준인지 명확하지 않다. 현장에서는 1% 기준에 따라 울고 웃는 노동자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나 국회는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도 문제다. 중소 영세사업장의 경우 상여금도 없이 복리후생수당만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임금인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피해를 입는 사업장들이 대거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잘못된 최저임금 개악안을 바로잡아 노동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온전한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미화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

꿈이 짓밟혔다, 당신들은 이것만 받고 살 수 있나
정미화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서울본부장

대형마트 신선(생선)코너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다. 최저임금 덕을 보기 시작한 지 불과 3~4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이전에는 하루 6시간가량밖에 일하지 못하는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에 한 달을 일해도 월급은 100여만원을 밑돌았다. 하루 8시간 일하는 무기직이 된 뒤에는 최저임금이 곧 내 임금이 됐다. 노조를 만들어 투쟁한 끝에 지난해부터 200%의 상여금을 받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157만원에 200% 상여금을 더하면 내 연봉이 된다. 아직 마트에는 7시간·6시간 근무 노동자들이 즐비하다. 이들을 8시간제로 바꾸는 것이 지부의 주요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고 이를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였을 때 너무 기뻤다. 월급으로 209만원을 받고, 거기에 상여금을 추가하면 지금보다 살림살이가 좋아지리라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꿈이 무참히 깨졌다. 국회가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되도록 법을 바꿨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주머니가 채워지리라던 기대가 날아갔다. 이것이 임금삭감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악을 논의할 때 그 앞에서 소리쳤다. 우리의 조그마한 희망을 짓밟지 말라고. 너희들이 최저임금으로 살아보라고 외쳤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장이다. 자녀 중 한 명은 비정규직이다. 최저임금을 깎는 정책은 내 문제이자 내 가정 문제, 그리고 나의 자녀 문제이기도 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되돌려 놔야 한다.

 

이필자 금속노조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수석대의원

아이들 미래 위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해야
이필자 금속노조 레이테크코리아분회 수석대의원

최저임금 개악법안 통과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최저임금에 식대를 받는 레이테크코리아도 이제 곧 식대를 기본급에 포함시키려 할 것이다. 비조합원들은 이미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조합원들은 식대 항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회사가 당당하게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마음이 헛헛하다. 우리 아이들은 이 힘든 노동자의 삶을 어찌 견뎌 낼까. 나는 견출지와 스티커 라벨지를 제조 판매하는 레이테크코리아 포장부서에서 8년째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여성노동자다. 반찬값 벌기 위해 심심풀이로 나오는 게 아니다. 최저임금이지만 157만원이 있어야 우리 아이들과 한 달을 살아갈 수 있다. 2018년 최저임금이 많이 인상됐다는 이유로 레이테크코리아에서 일하는 21명의 여성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8~10년 포장일을 했는데 하루아침에 영업일을 하란다. 그 속내는 ‘힘들면 떨어져 나가라’는 것이다. 출근한 노동자들에게 회사는 ‘노무수령을 거부하겠다’며 귀가조치를 한다. 하루 1분(420원), 많게는 2~3분(670원) 일한 대가로 한 달 급여를 지급한다. 4만5천원을 지급한다. 마이너스 4만9천850원 급여명세서를 받은 노동자도 있다. 회사는 아침마다 여성노동자들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을 한다. 정신과치료를 받으며 수면제를 삼켜야 잠을 잘 수 있는 이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아프다. 레이테크코리아의 ‘직장갑질’은 가히 상상 이상이다. 21명의 여성노동자들은 오늘로 농성 130일차를 이어 가고 있다.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문재인 대통령은 개정 최저임금법을 거부해야 한다. 최저임금 피해당사자인 여성노동자들의 눈물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장천철 공공연대노조 세종지회 부지회장

청소노동자 우롱하는 최저임금법 개정 안 돼
장천철 공공연대노조 세종지회 부지회장

정부세종청사 청소노동자들은 올해부터 용역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급여는 오히려 용역에 있었으면 받았을 금액보다 줄어들었다. 이곳 청소노동자들의 한 달 기본급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으로 세전 157만원 수준이다. 식대 13만원과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80%(125만원)를 추석과 설날 때 40%씩 나눠 받는다.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계산해 봤을 때 수당을 합쳐 봤자 한 달에 세전 180만원 언저리를 받는 셈이다. 세금을 떼고 나면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16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면 그만큼 환경미화원 급여도 오른다. 그런데 개정안대로 최저임금에 식대와 상여금을 포함시킨다면 급여는 오히려 한 달에 23만원가량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 가족들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려면 최소 세후 200만원을 손에 쥘 수 있어야 한다. 지금도 한참 부족한데 겨우 최저임금을 올려놓았더니 국회가 도로 빼앗는다고 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에게 최저임금을 받고 살아보라고 하면 살 수 있겠는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미화원이든 인간의 존엄성은 똑같아야 한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철회돼야 한다. 빈익빈 부익부를 국회가 조장해서는 안 된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가 서민들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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