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72년 역사의 소화아동병원이 경영악화로 병원 자산을 매각한다. 보건의료노조 소화아동병원지부(지부장 우혜영)는 31일 오후 "직원 희생만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자산매각을 반대한다"며 서울 충정로 종근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부가 병원이 아닌 제약회사 종근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이유는 병원 실소유자가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기 때문이다. 병원은 분단 직후인 1946년 서울 태평로에 '소화의원'으로 문을 열었다. 81년 서울역(서부역) 건너편인 지금 부지로 옮겨 소화아동병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어린이전문 종합병원으로 이름을 날렸다.

경영위기는 200병상급으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찾아왔다. 95년 이장한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비영리단체로 인수했다. 2000년대 들어 출산율 저하 영향으로 경영난이 이어져 신생아실과 3·4병동을 잇따라 폐쇄·축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2015년 병원급으로 의료기관 종별 기준을 하향하고 수련병원을 반납하는 구조조정으로 35명의 직원들이 병원을 떠났다.

병원 경영진은 이달 18일 전 직원 공청회를 열어 병원자산 매각 사실을 발표했다. 인수대상자는 건강기능식품을 만드는 종근당건강이 거론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종근당건강에서 병원 부지와 건물(지하 2층, 지상 6층)을 인수하면, 병원이 2개 층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럴 경우 92병상을 32병상으로 줄이고 직원 106명 중 절반 이상을 내보내야 한다.

우혜영 지부장은 "병원 시설과 장비를 개선하도록 종근당이 투자할 생각은 하지 않고 병원 자산만 인수하겠다는 것은 알짜배기만 빼먹고 버리겠다는 심산"이라며 "직원 희생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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