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호나이스노조는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 전환이 고용불안과 임금 처우 악화를 불러 온다며 직접고용 정규직을 요구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노조>
개인사업자 신분의 특수고용직 청호나이스 설치AS기사(엔지니어)들이 회사의 자회사 정규직 전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고용은 더 불안해지고 임금 처우는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서비스연맹과 청호나이스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최근 청호나이스와 회사 관계자, 청호나이스 자회사인 나이스엔지니어링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자회사 설립해 정규직 전환한다더니 노동조건 하락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들은 회사와 서비스 용역위탁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관할사무소가 담당하는 지역에서 수리와 설치업무를 하고 있다. 설치·수리 건당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다. 통상 1년 단위로 계약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갱신된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1일 자사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제품 설치와 AS업무, 방문판매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나이스엔지니어링을 출범시켰다. 1천700여명의 엔지니어 중 희망자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이달 9일에는 노조를 설립했다. 나이스엔지니어링 정규직이 되면 오히려 고용이 불안해지고, 급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나이스엔지니어링은 최근 면담에서 1년 미만 경력자는 12개월의 시용기간을, 그 이상 경력자는 6개월의 시용기간을 두고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특수고용직을 단기 비정규직으로 만들면서 정규직 전환이라고 생색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이스엔지니어링은 엔지니어들이 온전히 정규직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회사 나이스엔지니어링이 제시한 급여는 월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월평균 급여보다 낮다. 수도권 한 지역에서 일하는 청호나이스 엔지니어 최아무개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해진 근무시간 없이 일한다. 하루 10~15건의 업무를 처리하고 회사에서 받는 돈은 평균 200~250만원이다. 식비와 교통비를 제외하면 집에 들고 가는 돈은 200만원 남짓에 불과하다. 최씨는 "자회사로 옮기면 지금보다 더 일하기 힘들고 급여도 낮아진다"며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최씨는 "나이스엔지니어링이 제시한 고용조건에 할당 매출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해당 규정을 악용해 대기발령·원거리 발령을 할 경우 지역을 기반으로 일을 하는 엔지니어 특성상 사실상 해고와 다름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전환하지 않으면 일감 뺏기?

청호나이스가 관할사무소 관리직을 동원해 나이스엔지니어링으로 전환하도록 노동자들에게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호나이스 서서울본부에 속한 엔지니어 60여명 중 10여명은 시용기간을 정한 나이스엔지니어링 근로계약서 서명을 거부했다. 송아무개 본부장은 전적을 거부하는 엔지니어들과 개별면담을 했다. 면담 뒤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전적을 끝내 거부한 2명 중 한 명인 박아무개씨는 지난 22일부터 일을 못하고 있다. 본부에서 업무를 배정받지 못해서다. 그가 맡았던 지역의 업무는 다른 엔지니어들에게 할당됐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설립 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조합원이 맡아야 할 수리물량 일부를 비조합원에게 넘겨 줬던 사례와 유사하다.

연맹 관계자는 "청호나이스·나이스엔지니어링과 송아무개 본부장은 서로 공모해 자회사 전적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고, 따르지 않는 조합원을 업무에 배재해 불이익을 가했다"며 "노동부는 이들의 부당노동행위를 신속히 조사하고 엄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청호나이스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방식을 포기하고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호나이스측은 "안정적인 근무조건에서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정규직 채용을 추진했다"며 "계약서 작성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노조는 청호나이스 엔지니어링 1천700여명 중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를 1천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200여명이 자회사 전적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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