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대진침대는 "음이온이 숙면을 유도해 피로를 회복하고 침실 공기를 정화한다"며 음이온 파우더를 넣은 침대를 팔았다. 환경부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 '친환경 인증' 마크도 찍어 줬다. 그런데 음이온을 발생시킨다는 침대는 방사선을 내뿜었다. 음이온 파우더로 불리는 천연방사성핵종(자연에서 나온 방사능이 있는 핵종)인 모나자이트를 침대에 넣었기 때문이다. 국내 의학기관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음이온이 건강에 좋다'는 주제의 논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음이온 효과는 단 한 번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적 없는 '사이비과학'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특허청에서 음이온으로 특허를 받은 제품은 18만개에 이른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에서 열린 '라돈 침대 사태와 시민안전' 긴급 좌담회에서 "국내에서 우라늄·토륨 계열 핵종이 포함된 모나자이트·토르마린·지르콘 같은 광물의 사용빈도가 높지만 정부 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정부가 음이온 가공제품의 시민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천연방사능핵종 이용 제품 사용금지 또는 성분 표기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100명 가까운 청중이 참석했다. 대진침대 피해자들이 많았다. 지난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대책을 발표했지만 불신이 크다.

김혜정 운영위원장은 "천연방사능이 인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내부 피폭이 발생하고, 방사성핵종이 빠져 나가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피폭을 유발해 잠복기가 성인은 50년, 어린이는 70년에 이른다"며 "정부가 라돈 피폭만으로 방사능 오염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음이온 제품에 모나자이트보다 많이 쓰이는 토르마린의 경우 정부는 방사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소정 대진침대 라돈 피해자 온오프라인통합모임 임시대표는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라돈 피해자 모임 회원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1명이 피부질환을 겪고 있고, 갑상선질환 26명, 기침 23명, 두통과 무기력증 각 19명 등 건강피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가 피해자 전수조사를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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