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노정갈등이 격화하면서 정부가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상 마지막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정부다. 양대 노총과 정치권 일각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이유다. 거부권은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을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지 않고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하는 권한을 말한다.

민주노총은 30일 오전 중앙집행위원회에 이어 같은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6월1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전날 "대통령 결단"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와 정의당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를 거쳐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해 15일 이내에 법률로 공포할지, 아니면 재의를 요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객관적인 상황만 보면 가능성이 낮다.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주축이 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하면 대통령이나 여당 모두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복심인 홍영표 원내대표의 입지를 흔드는 결정을 할 수 있겠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28일 오전 한국노총 긴급산별대표자회의에서는 "노동법과 관련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있냐"는 질의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국회를 통과한 2건의 노동법 개정안(노동쟁의조정법·노동조합법)을 거부한 바 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노동자 대투쟁 이후 개혁안이라고 할 만한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무산됐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반동적 방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정국에 선출된 대통령답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촉발된 갈등으로 '소득주도 성장·사회적 대화·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라는 3대 국정과제가 흔들리는 만큼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을 준비 중인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개정안은 적정생활보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둔다는 헌법 정신에 반하고,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며 "위헌적인 제도가 발효되기 전에 거부하는 게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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