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 뒤 노정관계가 얼어붙고 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주도한 정부·여당과 공동개최하기로 한 행사를 취소하며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29일 국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더불어민주당과 공동 추진하던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산별연맹·노조 차원에서 하던 지방선거 후보자들과의 정책협약식을 재검토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노총은 금융권 성차별 채용 비리를 주제로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개최하려던 토론회를 취소했다. 남녀 고용차별 개선과제를 점검하고 입법을 준비하기 위해 금융노조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한 달이 넘도록 준비한 토론회다. 취소 이유는 공동주최자로 최저임금법 개정을 주도한 환노위 여야 간사가 포함돼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지난 28일 최저임금법이 개악된 뒤 지도부가 토론회 취소를 결정했다"며 "금융권 채용비리와 성차별 문제를 주제로 한 의미 있는 토론회였는데 무산돼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독자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과 추진하려던 정책협약식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하려던 협약식을 취소했다. 30일로 예정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의 정책협약식도 취소했다.

같은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최문순 강원도지사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었던 보건의료노조는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지사 후보와의 31일 협약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책협약을 지역본부 차원에서 맺어 왔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개정 뒤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 논의 자체를 중단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집권여당이 최저임금법 개악을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더 이상 대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모든 지역본부가 정부·여당과 대화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반발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수진 전국노동위원장(의료산업노련 위원장)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한 뒤 노동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는 "이 자리에 있으면 노동계에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정남·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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