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에 1개월 주기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식비·교통비까지 포함하도록 산입범위가 확대되면서 연소득 2천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 819만4천명 중 최대 21만6천명의 기대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내 월급은 그대로'인 저임금 노동자가 21만6천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2천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취지가 무색하다.

2천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 보호한다더니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 관련 주요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추정치를 공개했다.

이성기 차관은 "연간 2천500만원 이하 노동자 819만명 가운데 학교비정규 노동자를 포함한 21만6천명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제외 기준을 넘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기대이익이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올해 연소득 2천244만원으로, 기본급 월 157만원에 복리후생비 20만원을 받는 노동자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10%(월 173만원) 인상되면 최저임금의 7%(12만원)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 8만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내년 월급은 기본급 165만원(157만원+8만원)에 복리후생비 20만원을 더한 185만원이 된다. 올해보다 월급이 8만원 오르지만 산입범위 개편 전(193만원)보다 8만원 줄어든다. 개편 전보다 연간 96만원의 임금을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렇게 임금 손해를 보는 노동자 21만6천명에는 가장 소득이 낮은 하위 20%(1분위) 노동자 4만7천명이 포함돼 있다.

이성기 차관은 "산입범위 개편에 따라 기대소득 임금이 낮아지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근로장려세제(EITC)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기획재정부에서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용역 결과가 나오면 최저임금과 EITC를 묶어서 추진하는 정책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대수익이 줄어든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임금이 덜 인상된다는 뜻이지, 임금을 끌어내리는 경우와는 의미가 다르다"고 말했다.

상여금 쪼개기 반대해도 사업주가 "반대의견 들었다"고 하면 '끝'

개정안에서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더라도 근로기준법 94조(규칙의 작성, 변경절차) 1항을 적용받지 않도록 특례조항을 넣은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주는 정기상여금을 총액 변동 없이 매달 지급해도 과반수 노조나 과반수 노동자의 동의가 아닌 의견만 들으면 불이익변경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법률사무소 메이데이가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 보낸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검토를 보면 "최저임금이 상승함에도 월 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켜 실질적인 최저임금 상승효과를 향유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 또는 신설되는 경우가 분명하다"며 "사용자가 근로자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도록 한 개정안은 근로기준법 94조에 위반돼 무효"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김왕 근로기준정책관은 "최저임금제도개선TF에 참여한 법학자들이 (상여금) 지급주기만 변경하는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며 "이 부분을 명확하게 법으로 해놔야 다툼의 소지가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례 규정이 있는 한 사업장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상여금 지급주기 변경을 반대하더라도 사업주가 "반대의견을 들었다"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왕 정책관은 "작은 사업장들은 인간관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주가 노동자 의견을 무시하고 가는 게 일반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예외적인 사업장도 있지만 사업주가 의견청취를 잘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주 선의에 기대겠다는 말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계를 설득할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 차관은 "법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 했지만, 한국노총은 이날 최저임금위원 전원이 사퇴하고 위촉장을 청와대에 반납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대표자회의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 관련 회의 불참을 확정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