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논평이 있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달성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마중물이 될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결정했다.”(더불어민주당 5월25일)

“이번 합의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는 보호하면서도 중소사업장 및 소상공인의 숨통을 터 줄 수 있게 됐다. (중략) 이제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의 실패와 경제파탄 책임을 인정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산정에서 현실적인 속도조절을 보여 줘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산입범위 조정을 악용해 또다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빌미나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엄중하게 경고한다.”(자유한국당 5월25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합의가 있은 다음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렇게 논평했다. 위와 같이 인용하면서 사실 나는 갈등했다. 자유한국당 논평까지 언급해야 하나. 하나 마나 한 그들의 말을 굳이 인용할 필요가 있을까 하면서 말이다.

2. 국회는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해서 해당연도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켰다. 이제 2019년부터 현재 최저임금 7천530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매달 최저임금의 25%(주 40시간 기준 39만3천442원)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11만163원)를 넘어서는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간 472만여원의 상여금, 132만여원의 복리후생비를 초과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모두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돼 지금까지 최저임금에 미달했던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게 될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상여금을 지급받아 온 사업장 노동자라도 연간 300%를 초과하는 상여금을 지급받는 경우라면, 아니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해야 하니 연간 250%, 심지어 연간 200% 정도의 상여금을 지급받는 경우라면, 그 초과 금액만큼 산입돼 최저임금법 위반 여부가 파악되는 것이니 이 나라에서 상여금이 지급되는 대부분 사업장 노동자는 최저임금제도를 통한 임금권리 확보가 어렵게 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에 한하는 것만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도록 한 법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기존에 1개월을 초과해서 지급되는 상여금(예를 들어 2개월마다 짝수 월에 지급하는 경우)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으로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회사 제 규정 등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94조1항에도 불구하고” 과반수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서 하도록 정하고 있다(6조의2).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자신의 임금권리로 보장받았던 노동자가 그 최저임금에 짝수 월에 지급받아 온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사용자가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회사 규정을 변경해서 최저임금에 산입하면 그 노동자의 임금권리가 저하된다. 이러한 회사 규정의 변경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으로서 근로기준법(94조1항)에 의하면 과반수노조나 과반수노조가 없을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와 같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그 의견을 듣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예외로서 입법한 것이라면, 이 나라에서 사용자들은 사업장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의견을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서 의견을 말해 보라고 하고서 변경하면 그만인 것이다.

3.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이 나라 노동자의 최저임금권리를 빼앗았다. 국가가 법률로 노동자 임금권리를 빼앗는 짓을 한 것이다. 당장 이 법이 시행되게 될 내년에 연간 상여금 200~300% 이상을 지급받는 사업장 노동자들은 기존 최저임금제도로 확보된 임금권리를 빼앗기게 된다. 이로 인해서 이 나라에서 최저임금이 자신의 임금수준인 수많은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실현돼도 임금인상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5월 촛불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분명히 노동자들이 받고 있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함으로써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는 공약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을 적극 추진했다는데, 그렇다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은 문재인의 숨겨진 뜻이라는 건가. 지난해 대선에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산입해서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하는 걸 듣지 못했던 나로서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최저임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오늘은 도무지 그 복심을 헤아리기 어려운 날이다. 법률로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최저임금제를 근로의 권리로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32조 취지에 반하는 짓이다. 그건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최저임금제도는 결코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빼앗는 제도일 수 없다. 노동자의 기존 임금권리를 빼앗는 최저임금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오늘 최저임금법 개정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노동자에게서 임금권리를 빼앗고 말았다. 이제 내년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인해서 임금수준이 저하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시급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최저임금법 개정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달성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기 위한 것인 양 논평하고 있으나, 이는 노동자 임금권리를 빼앗는 짓을 해 놓고 그 피해자 노동자를 기망하는 짓이다. 노동자에 대한 기망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법 개정에도 있다.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 등만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것으로 하고서는(최저임금법 6조4항),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매월 지급하는 상여금 등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을 덧붙여 놓았다(6조의2). 정말 이런 법 개정을 뭐라 욕해야 할까. 사용자가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할 경우에는 특별히 근로자쪽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으니 나름 노동자를 배려한 것인 양 규정해 놓고 있다. 근로기준법을 모르는 바보라면 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노동자를 배려하고 있다고 읽을 것이다. 그러니 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노동자를 바보로 보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다. 2개월 이상 단위로 지급해 오던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해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도록 회사 규정을 개정하는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서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노동자쪽의 의견 청취가 아니라 그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인데, 이걸 의견 청취만으로 사용자를 배려한 것이다. 최저임금법의 이러한 배려로 이제 이 나라에서 상여금은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4. 28일 최저임금법 개정 추진에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과 총파업으로,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사퇴로 반발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며 만원의 행복을 이루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공약은 산입범위 확대로 줬다 뺏는 배신으로 돌아왔고, 만원의 절망이 되고 있다”며 파업을 독려했다. 2019년 이후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단순히 노동자들에게 ‘줬다 뺏는’ 정도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연간 상여금을 200~300% 이상 지급받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기존에 최저임금 수준으로 자신의 임금이 결정돼 온 경우라면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 대한민국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줬던 것보다 산입범위에 포함됨으로써 뺏는 것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관한 법 개정이 일정 기간까지만이라고 해도 임금권리를 빼앗기는 노동자로서는 용서되지 않는다. 오로지 사용자 자본의 이해 대변을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는 이른바 보수당 논평에는 용서고 뭐고 관심이 없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달성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마중물이 될 ‘최저임금 산입범위’도 결정했다”는 문재인 정부 집권여당의 논평은 도대체가 노동자 임금인상 없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달성하겠다는 말로 들릴 뿐이다. 분명히 자유한국당 논평과는 다른 것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노동자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사용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에서는 같은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니, 임금체계 개편이니 하면서 이 나라에서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문제는 노동자 임금권리가 높아지느냐 하는 것이다.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인다고 노동자 임금권리가 향상될 수가 없다. 그걸 아무리 노동자를 위한 법 개정인 양 포장해 논평한다고 해도 그건 권력의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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