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노사정 대표자들이 회의 시작에 앞서 손을 맞잡았다. <정기훈 기자>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한 28일 비슷한 시각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법 전부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시대가 열렸다. 비정규직·청년·여성,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다양한 주체가 경제사회노동위에 참여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도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기구 불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칫 노사정위에서 경제사회노동위로 간판만 바꿔 단 채 출범도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노총 "사회적 대화 불참 검토"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긴급산별대표자회의를 열고 노동계가 납득할 만한 정부·여당의 후속조치 여부에 따라 일자리위원회·경제사회노동위 불참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사회적 대화 거부의사를 밝혔다.

한국노총은 2015년 9·15 노사정 합의를 이듬해 1월 파기하고 노사정위에 불참한 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런 한국노총마저 사회적 대화에 등을 돌리면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는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를 하자면서 (노동계한테) 사회적 대화를 하지 말라고 밀어내는 게 도대체 누구냐"고 반문했다.

노사정위 "사태 추이 지켜보겠지만 대화 멈추면 안 돼"

최저임금이라는 예상치 못한 유탄을 맞은 노사정위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는 올해 1월31일 1차 노사정대표자회의 이후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틀 만들기에 매진했다. 집짓기를 끝내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높았던 노사정위로서는 노동계의 잇단 불참선언과 불참경고가 뼈아프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도 "착잡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침은 있지만 사회적 대화는 장기적이며 전략적인 과제"라며 "사회적 대화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위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당장 시급한 시행령·시행규칙 만드는 물밑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3개월 안에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위원 구성과 사무처 조직개편 등 운영세칙을 마련해야 한다.

시행령 입법 절차에 2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시행령 내용에 대한 노사정 협의를 마무리해야 한다. 시행령에는 비정규직·청년·여성,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확대된 참여주체들을 위촉하는 기준과 절차, 계층별위원회 구성 방식을 담아야 한다.

또 다른 노사정위 관계자는 "실무협의회나 각종 의제별·업종별위원회 준비위원회는 일단 회의에 오는 사람들로 진행할 수 있겠지만 알맹이 있는 진도는 나가지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사회적 대화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 기대감을 드러냈던 주체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노조가 없는 대다수 일터의 청년들은 기존 노사관계만으로는 노동권을 향상시킬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사회적 대화 국면에서 노동계가 대화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형성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는 물 건너간 셈"이라며 "정부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 조건에서는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도 "상대방 책임으로만 넘겨서는 곤란하고, 노사정이 공동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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