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 등 최저임금연대와 민중공동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28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법 개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회가 28일 오후 본회의에서 최저임금 대비 정기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노정관계가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열어 지난 25일 새벽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민중당 반대에도 일부 자구와 체계를 손질한 것 외에는 환노위에서 의결한 내용 그대로 통과됐다.

내년부터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은 최저임금이 된다.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라도 총액 변동 없이 매달 지급하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내년 최저임금의 각각 25% 이하와 7% 이하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기준선은 점차 낮아져 2024년부터는 매달 지급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은 모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다.

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 중단 가능성
민주노총 총파업서 대정부 투쟁 선언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긴급회원조합대표자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개정안 폐기투쟁을 예고했다. 정부와 여당의 대응을 지켜본 뒤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연대협약 파기와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지지 철회를 검토한다. 각종 노정교섭과 사회적 대화를 중단할 가능성도 남겨 놓았다. 단위노조 대표자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 같은 대규모 집회도 추진한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날 오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하루 총파업을 하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지부가 2시간 파업한 것을 포함해 금속노조 조합원 8만명이 파업에 참가했다. 공공운수노조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와 의료연대서울지부를 비롯한 공공기관 노동자들도 파업을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파업을 포함해 총회·교육·연가 같은 방법으로 조합원들이 일손을 놓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각각 최저임금위원회와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위 철수 여부를 결정한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이름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꾸고 참여주체를 확대하는 내용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노사정위원회법) 전부개정안도 통과됐다.

그런 가운데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까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빠르게 복원된 노정·노사정 대화 분위기가 식을 대로 식어 버린 셈이다.

깊어지는 노동계의 불신

노동계가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 사회 기조까지 의심하는 가운데 대화가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노동계 일부에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가 처리한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뒤 15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고 국회로 돌려보낼 수 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해 전체 의원 288명 중 198명이 투표해 160명이 찬성하고 24명이 반대했다. 14명은 기권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졌다. 장정숙·박주현 바른미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이용호·손금주 무소속 의원도 반대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우원식·정재호 의원, 자유한국당에서는 김태흠 의원이 반대했다. 고용노동소위에서 개정안에 반대했던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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