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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임원과 관리자들께
▲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한석호

또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번에는 노조탄압이 이유입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입니다. 노조를 탄압했다고 검찰이 재벌 중심을 압수수색하다니요. 역대 정부는 노사 갈등에서 늘 재벌 편이었는데 말입니다.

언저리 귀동냥 수준이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재벌의 반응을 감지합니다. 남은 임기 4년만 잘 버티자며 엎드렸다는 얘기,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정부 정책을 바꿀 거라는 얘기, 어딘가에서 반격을 벼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력 약화를 탄식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술자리 객쩍은 소리였겠지만, 얼마나 답답하면 그랬을까 싶었습니다. 자유한국당·조선일보 실력으론 역작용만 심하고, 직접 맞장 뜨자니 후과가 두렵고, 누구라도 돌파구 내면 그걸 빌미로 숨통 틀 텐데 하는 기대가 묻어 있었겠지요.

세상 변화를 실감합니다. 정권의 변화냐 시대의 변화냐, 곰곰 생각합니다. 시대의 변화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습니다. 5년 주기 대통령 특성에 따라 변동은 있겠으나, 커다란 물줄기는 바뀌지 않을 거라는 진단입니다.

물줄기의 하나는 일상혁명인 듯싶습니다. 권력·위계·부 따위에 짓눌리던 약자들이 저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미투(Me Too) 운동과 갑질고발 운동이 사례입니다. 함께 촛불 들고 목소리를 내면 대통령도 탄핵·구속시킬 수 있다는 집단 경험이 선물한 용기입니다. 군사독재를 끝낸 1987년의 집단 경험이 사회민주화라는 시대 변화를 만든 것과 같은 이치라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경제민주화 아닐까 싶습니다. 본격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다는 느낌입니다. 커지는 밑바닥 목소리와 노조 가입 분위기에서 확인합니다. 재벌과 중심부 노동에 대한 싸늘한 시선을 통해서도 확인합니다. 극단적 양극화의 중심에 재벌이 있다는 것, 나머지 혜택을 상위 10%가 독점하다시피 한다는 것을 사회가 깨달았습니다.

재계 임원과 관리자의 자식들 처지를 보면서 그 흐름을 역설적으로 확신합니다. 노동자 자식들의 처지보다는 낫지만, 재계 임원과 관리자의 자식들도 비정규직 함정에 빠졌습니다. 내로라하는 회사의 관리자 자식들 중에서도 적잖은 수가 비정규직에 청년실업자입니다. 쉬쉬해도 그 세계는 다 알지 않습니까. 재계 임원과 관리자가 오죽하면 제 자식을 채용비리에 밀어 넣겠습니까.

저주와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여러분께서 누구보다 먼저 직시하고 있는 일입니다. 인간노동 시대에서 로봇노동 시대로 전환되는 현상 말입니다. 삼성반도체 평택공장에서 질렀습니다. 청년실업률이 줄어들지 않는 배경입니다. 자식이 그럴듯한 정규직이라고 해도 언제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될지 모르는 상황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법률가·의사 등 전문직까지 대폭 축소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로봇을 도입해도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협업하면서 운영하는 노동체제, 줄어드는 인간노동을 서로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 노동에서 배제돼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해야 합니다.

노사가 협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노동조합, 그리고 재계 임원 및 관리자가 한 방향을 봐야 합니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을 극복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에 차이가 있기에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세상 그 어떤 관계도 완벽한 화합은 없지 않습니까. 노사가 갈등하면서도 협력하자는 것입니다.

노조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사회연대전략으로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심부 노동과 주변부 노동이 함께 사는 노동체제를 향해 하후상박 연대임금도 채택했습니다. 노사정이 산업정책에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손뼉을 치려고 손바닥을 편 것입니다.

손뼉은 마주쳐야 합니다. 이제 재계에서 손바닥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못 믿겠다고 불신 타령만 하면서 부지하세월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다음 편으로 이어짐)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한석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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