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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돋보기-최저임금법 개정안 환노위 통과 후폭풍] 저임금 노동자 보호장치 허술, 연봉 2천500만원 이하도 피해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가 지난 24일 밤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5일 새벽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처리한 가운데 후폭풍이 만만찮다.

환노위는 일정 연봉 이하 저임금 노동자에게는 산입범위 확대를 적용하지 않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강변했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해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저임금 노동자들을 산입범위 확대적용에서 제외한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임금 노동자 임금보장 효과 의문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개정이 노동현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식비·숙박비·교통비 같은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했다. 사용자가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해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아닌 것으로 규정했다. 재계가 요구한 것을 대부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지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노위는 저임금 노동자를 일정 기간 보호하는 장치를 뒀다.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 중 각각 해당 연도 최저임금의 25% 이하와 7% 이하 금액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했다. 올해를 기준으로 하면 월 정기상여금 39만원(연 300%), 복리후생비 11만원까지는 최저임금에 들어가지 않는다.

환노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연봉 2천484만원인 노동자는 늘어난 산입범위를 적용받지 않아야 한다. 과연 그럴까. 예컨대 매달 기본급 157만원, 급식비 13만원, 교통비 7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연봉이 2천124만원이다. 환노위 발표대로라면 이 노동자는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피해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라 복리후생비 20만원 중 11만원을 넘는 9만원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환노위 주장처럼 연봉 2천484만원 노동자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합쳐 월 50만원을 밑돌아야 한다. 상여금이 없거나 매우 적으면서 복리후생비만 받는 노동자, 혹은 상여금만 있고 복리후생비가 없는 노동자들은 연봉이 2천484만원 이하라도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피해를 보게 된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이 15.5% 올라 8천700원이 된다고 가정하면 학교 비정규직의 내년 월 최저임금은 181만8천300원이 된다. 시급연봉은 2천182만원이다. 월 최저임금의 7%면 12만7천280원이다. 올해 기준 복리후생비는 급식비와 교통비를 합쳐 월 19만원이다. 정기상여금은 연 60만원으로 매달 지급하면 5만원이다.

복리후생비가 동결된다고 전제하면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연봉 2천500만원이 안되는데도 내년에 매달 6만2천719원, 연간 75만2천628원의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2020년에 최저임금 1만원이 되고 이후 연평균 5%가 인상된다고 했을 때 2024년에는 매달 36만원, 연간 433만원의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들어간다.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에 의하면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입범위 적용제외 비율이 매년 줄어 2024년에는 0%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직본부 관계자는 "대다수 조합원이 2천500만원 이하 저임금 노동자"라며 "힘겨운 투쟁으로 따낸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돼 인상분을 빼앗기게 됐다”고 말했다.

환노위는 고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혜택을 보는 현상을 막고, 중소·영세 사업주 부담을 덜기 위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산입범위 넣었다. 하지만 저임금 노동자들도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1시간 문안작성, 15분 만에 통과
25%·7% 도대체 어디서 왔나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담긴 조항의 근거가 되는 기준이나 데이터를 찾기 힘든 것도 문제다. 개정안을 적용받는 노동자 비율이나 최저임금 인상효과 같은 통계도 없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입을 피해가 크지 않다고 장담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정기상여금의 경우 연 300% 이하 상여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산입범위 확대에서 제외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 나온 수치가 25%였다. 이 제안을 한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보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저임금 노동자 피해를 줄이려고 했다. 복리후생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자 야당이 복리후생수당 산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복리후생수당을 산입범위에 포함하되 정기상여금처럼 제외기준을 만드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왜 최저임금의 7% 이하인지는 알 길이 없다. 처음에 10%가 제안됐는데, 야당이 5%를 요구한 뒤 중간지대인 7%로 결정됐다는 말이 돌았다.

개정안을 검토할 시간은 당연히 부족했다. 서 의원은 지난 21일 고용노동소위와 24일 밤 9시에 열린 소위 초반에도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25일 새벽 회의 차수를 바꾸고 25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서 의원 제안이 갑자기 부각됐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는 새벽 12시50분 정회한 뒤 문안작성에 들어갔다. 이어 새벽 1시55분 회의를 재개해 15분 만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급조된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서형수 의원실 관계자도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영향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복리후생수당이 산입범위에 포함돼 버렸다. 7%라는 제외기준은 별다른 근거 없이 설정됐다.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나 저임금 노동자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중차대한 문제가 '의미 없는 숫자'에 밀려 버린 형국이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려 했다면 통상임금 범위도 함께 조정했어야 했다”며 “노동자들이 받은 것은 없고 저임금 노동자 보호대책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허용 ‘악몽’ 재현될 수도

개정안에서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더라도 근로기준법 94조(규칙의 작성, 변경절차) 1항을 적용받지 않도록 한 것도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근기법에 단서로 들어간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에는 없다. 사용자가 과반수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의견만 들으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주는 정기상여금을 총액 변동 없이 매달 지급해도 불이익변경으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시행을 목적으로 만든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지난해 폐기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노동부가 지난 21일 고용노동소위에서 취업규칙 변경 특례를 두는 것에 난색을 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환노위 고용노동소위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허용의 길을 텄다”며 “근기법 94조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상여금을 기본급에 넣어 매달 지급하도록 유도하면 임금체계 단순화 효과도 있는데, 법 논리도 불분명한 조항을 굳이 등장시킬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노동자위원 사퇴, 민주노총 총파업 예고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공약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폐기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대선공약은 당연히 산입범위를 포함한 지금의 최저임금 제도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며 “산입범위 확대는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어렵게 확보한 권리를 빼앗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노총 소속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들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해 사퇴를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28일 오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곧바로 기자회견을 개최해 대응방안을 발표한다. 같은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항의방문해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 중단을 요구한다. 25일 한국노총 상임집행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기로 한 지방선거 방침 철회와 사회적 대화 중단 방안까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28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총파업을 한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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