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2011년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뒤 어떤 노조에 가입했는지에 따라 조합원을 차별하며 특정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 사례가 들끓었다. 세종호텔도 같은 문제로 논란이 된 사업장 중 하나다. 세종호텔은 복수노조제도 시행 뒤 교섭대표노조가 된 세종연합노조와 2016년 11월 모든 정규직 직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세종연합노조 조합원 평균 연봉은 0.25% 인상됐지만, 또 다른 노조인 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연봉은 평균 3.833% 삭감됐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세종호텔 성과연봉제 폐단 등 부당노동행위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노동탄압·비정규직 없는 세종호텔 만들기 공동투쟁본부가 주최했다. 이날 주최측이 잡은 주제는 ‘복수노조 시행 7년 한 기업-두 노조-두 임금’이었다.

“임금차별 없다? 노동위 판단 오류”

이날 황선웅 부경대학교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세종호텔노조가 임금차별 문제를 제기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지만 같은해 8월 기각됐다”며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오류“라고 주장했다. 당시 중앙노동위는 “근속연수와 직종 등 다른 요인들로 인해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의 연봉이 더 삭감됐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용자쪽 손을 들어줬다.

황선웅 교수는 “근속연수와 기타 조건을 비슷하게 맞춘 통계자료로 두 노조의 차이를 비교하면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은 평균 3.668%포인트 더 적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노동위 심판회의에서 세종호텔노조뿐 아니라 사측도 사실상 노조 간 차별을 입증하는 통계자료를 제시했음에도 노동위는 사용자의 잘못된 주장을 수용하는 과실을 범했다”며 “노동위 공익위원 다수는 통계분석 전문가가 아닌 데다 분석 결과를 면밀히 검토할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문제점은 극명하다”며 “노동위의 분석·판단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투명한 인사고과 횡행”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는 사측이 인사고과에서 세종호텔노조를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에 따르면 세종호텔은 2016년 세종연합노조와 성과연봉제 확대를 합의하면서 교섭과정에서 평가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세종호텔노조가 소송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후 공개됐는데, 역량평가에는 조직가치 수용·고객중심적 사고·최고지향·조직화 능력·의사결정 능력을 비롯해 정성적 지표가 많았다. 업적평가는 업무수행의 질·정확성처럼 평가자 의도에 따라 점수가 부여될 공산이 컸다.

조 변호사는 “사측이 두 노조를 동일한 기준과 밀도로 평가했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며 “회사가 소송 중 제공한 인사고과 자료를 분석하면 친기업 노조가 특혜를 받았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가 이날 공개한 인사고과 자료에 따르면 1차 역량평가의 경우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은 대부분 C등급이고 최고 등급인 S등급자는 없었다. 반면 세종연합노조의 경우 두 등급 위인 A등급에 집중돼 있다. 최고등급인 S등급에도 다수가 포함돼 있다. 등급은 S·A·B·C·D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게다가 2013년 이후 승진한 세종호텔노조 조합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7년간 호텔 내 주요 보직에서도 배제됐다.

조세화 변호사는 “복수노조가 도입되면서 회사는 우호적인 노조를 육성하려는 유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제도와 결부되지 않는 성과연봉제는 필연적으로 노사 간 분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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