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구글에서 삼성반도체공장(samsung semiconductor factory)으로 검색하면 각종 장비 모습이 담긴 사진부터 일부 공정 흐름도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뜹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보다 훨씬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어요.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기록된 반도체 공정 흐름도는 교과서에 나오는 수준이나 다름없어요. 교과서적인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볼 수 있을까요?”

고용노동부가 보관하고 있는 삼성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됐을까. 우리나라 작업환경측정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윤충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산업보건학)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은 교과서적인 수준에 불과해 핵심기술로 보기 어렵다”며 “구글 같은 인터넷 검색으로 반도체 기술에 대해 훨씬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담긴 공정 흐름·화학물질 교과서 수준”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환경연구소는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가핵심기술과 알권리-작업환경측정보고서 논란과 이해’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윤충식 교수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가 작업장소별 유해인자 측정 위치도와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상태를 기록하고 있지만 공정 흐름도는 교과서적인 내용이고 각 공정별 발생가능 유해인자는 사용성분이 아닌 분해산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심기술 유추가 가능하지 않냐"는 삼성의 주장에 “반도체 칩 하나를 생산하려면 500개에서 1천개의 공정을 거쳐 한 달이 걸린다”며 “수백여개 반복공정으로 인해 특정 화학물질이 어떠한 세부기술로 사용되는지 파악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핵심기술이 함유됐는지 여부가 아니라 삼성이 산재노동자에게 정보제공을 거부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2016년 10월 기준으로 삼성반도체 산재와 관련해 법원이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 35건의 자료를 요청했는데 제출한 것은 29%(11건)에 그쳤다. 삼성측에 요청한 것은 77건인데 답변한 것은 17%(13건)에 불과하다.

“영업비밀이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영만 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논란이 기업 영업비밀 보호와 산재 신청자의 정당한 권리가 충돌하는 것인 양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질병에 걸린 노동자의 발병원인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정보를 담고 있다”며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없다는 게 현 정부 의지”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 주체와 대상에 따라 차등을 두고 기업과 산재노동자 간 이해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예컨대 사업주가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할 때에는 핵심기술 포함 유무와 상관없이 당사자(산재노동자·유족·대리인)에게 모두 공개하되, 당사자는 비밀준수 의무를 지키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정부가 보관자료를 공개할 때에는 당사자에 모두 공개하되, 3자에게는 핵심기술 등 해당 정보를 가리고 공개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핵심기술 판단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법원 등이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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