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13시간 이상 일하고, 7시간 공짜노동 분류작업에 강제로 동원되는 택배노동자입니다. 분류작업만 일찍 끝나면 해결되는데, CJ대한통운은 전혀 신경을 안 씁니다."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택배연대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소속 전 조합원은 26일 분류작업을 거부하고 공짜노동 개선책 마련을 회사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들이 가입한 노조는 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과 단체교섭을 추진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맺은 임금·단체협약을 표준안으로 삼아 다른 택배업체로 교섭대상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첫 관문부터 제동이 걸렸다. 노조는 3월29일 분류작업 개선안 등을 논의하자며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구했다. 회사는 교섭요구사실 공고도 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을 교섭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쟁의행위를 준비 중이다. 26일 하루 광주·울산·경주·분당지회 등 9개 지회에서 분류작업을 거부한다. 조합원 300여명이 동참한다. 그 밖의 지회는 오전 중에만 분류작업을 하고 오후부터는 곧바로 배송업무를 시작한다.

노조 관계자는 "분류작업을 거부해도 회사가 대체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택배물량 배송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회사에 타격을 주는 성격이라기보다는 교섭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목적의 쟁의행위"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택배노동자 실상을 알리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했다. CJ대한통운이 교섭에 나서도록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다. 노조는 성명에서 "CJ대한통운은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해야 한다"며 "교섭해태로 일관한다면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