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대상판결 : 대법원 2018.4.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배달대행업체는 음식점 등을 가맹점으로 모집해 배달대행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주고 매월 일정액을 회비 형식으로 받았다. 배달원들도 자신의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가맹점들이 애플리케이션으로 배달 요청을 하면, 배달하고 배달수수료를 받았다.

배달원 A도 이 배달대행업체 소속이었다. A는 가맹점에서 배달 1건당 2천500원에서 4천500원 정도의 배달수수료를 받았으며, 배달대행업체에서는 별도의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받지 않았다.

A와 배달대행업체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또 배달대행업체는 배달수수료에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으며,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의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지 않았다.

배달대행업체는 A의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를 특정하지 않았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가맹점의 배달 요청에 따라 A의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는 달라졌다.

A는 어느 날 배달대행업체 사업주 친형 소유의 오토바이를 운전해 배달을 하다 무단횡단을 하던 보행자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A는 이 사고로 폐쇄성 흉추 골절과 흉수 손상 등을 입었다.

A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해 요양급여·휴업급여 등 보험급여를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배달대행업체가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게을리한 기간에 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해 보험급여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 등을 징수한다고 통지했다.

이에 배달대행업체는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A에 대한 산재보험 요양승인 처분을 취소하고, 보험급여액 징수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A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내려진 산재보험 요양승인 처분과 보험급여액 징수 처분을 모두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 결과로 A는 그동안 산재보험에서 지급받은 병원비는 물론 휴업급여 등 일체의 보험급여를 근로복지공단에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대법원은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원심 판단은 인정했다. 그러나 A가 산재보험법 125조에서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면 산재보험이 당연적용된다고 판단하면서, A가 택배원에 해당함에도 음식배달원이라고 잘못 단정해 산재보험법 125조 적용 여부를 판단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 판결의 요지

산재보험법 125조1항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동 조항에서 정한 두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는 산재보험이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다.

두 가지 요건은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과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종이란 보험모집인·레미콘 기사·학습지 교사·골프장 경기보조원·택배원·퀵서비스 기사·대출모집인·신용카드회원 모집인·대리운전기사 등이다.

대법원은 A가 수행한 업무는 가맹점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달을 요청하면, 그 가맹점으로 가서 음식물 등을 받아다 가맹점이 지정한 수령자에게 배달하는 것이므로 이는 한국표준직업분류표 세분류에서 정한 ‘9222 택배원’의 업무라고 봤다.

대법원은 A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산재보험법 125조에서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면 산재보험이 당연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전제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A를 음식배달원이라고 단정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요건인 전속성 등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즉 대법원은 대통령령이 정한 택배원에 해당하는 A가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했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않았음이 인정된다면 배달대행업체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산재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3. 판결의 의의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들은 음식물을 배달한다는 점 때문에 산재보험법 125조에서 정한 택배원에 해당하는지가 논란거리였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도 산재보험법 125조에서 정한 택배원에 해당하고, 나아가 산재보험의 보호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2017년 3월31일 개정된 고용노동부 고시(2017-21호) ‘주로 하나의 사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퀵서비스 또는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의 기준’은 이미 ‘퀵서비스업체’에 ‘음식물 늘찬배달업체’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전에 이미 실무적인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이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의미를 그 이면에 담고 있다. 이 사건 경위를 꼼꼼히 읽다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이 사건 배달대행업체는 A를 포함한 배달원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산재보험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하지 않았다. 즉 사업을 영위하면서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해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고 사업장이 산재보험법 적용대상이 분명하다면, 미가입 사업장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은 당연적용된다. 따라서 설사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은 사업주를 산재보험에 강제 가입시키고 재해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한다. 이 사건 배달대행업체에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보험급여액 징수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이 사건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A의 근로자성을 부인했다. 따라서 대법원은 A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해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배제할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A가 산재보험법 125조에서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면 산재보험이 당연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즉 미가입 재해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원칙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A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나날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고용한 사업주들은 대부분 이 사건에서처럼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 판결 취지에 따르면 배달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산재보험법 125조 적용대상이라면 설사 사업주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산재보험은 당연적용되고 정상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이 사건 판결 이면에서 찾을 수 있는 크고 중요한 의미다.

4. 결론을 대신해

사실 이 사건 판결은 플랫폼 노동에 기반한 새로운 고용형태에 과거 전통적 고용형태에 적용되던 판단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플랫폼 노동으로 표현되는 최근 고용형태는 과거 판단 기준으로는 설명하거나 규정하기 어려운 특성들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업주들이 법적 제한을 피하기 위해 플랫폼 노동의 성격을 인위적으로 강화하는 경우도 발견된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판결이 사회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게 산재보험이 확대 적용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시원한 소나기는 아니지만 단비 같은 판결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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