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고령화 시대에 60세 정년퇴직은 합리적인 기준일까. 환경 변화에 따라 육체노동자 정년을 60세가 아닌 65세 이상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쌓이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부장판사 김은성)는 교통사고 피해자 한아무개씨가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이 정한 배상금에서 280여만원을 연합회가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을 65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해당 기간만큼 배상금을 추가로 줘야 한다는 취지다. 가동연한은 노동을 함으로써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나이를 일컫는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 규모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사고 시점부터 얼마나 더 일할 수 있느냐에 따라 배상액 규모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법원은 통상 해당 직종 정년을 가동연한으로 본다. 198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도시 일용근로자는 정년을 60세로 본다"고 판결한 뒤 운동선수나 변호사·모델 같은 전문직종을 제외한 대부분 직종 노동자의 가동연한은 60세였다.

그런데 이와 다른 흐름이 법원 내에서 감지되고 있다. 2016년 12월 수원지법은 가사도우미 김아무개씨의 보험 소송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했다. 지난해 6월에는 설악산 등산 중 낙석을 맞은 뒤 숨진 택시기사 가동연한을 73세로 보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한씨 가동연한을 1심 재판부와 달리 65세로 보고 배상금을 올렸다. 재판부는 "평균 수명이 2010년 남자 77.2세, 여자 84세이고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90년 전후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국가도 65세까지 돈을 벌 능력이 있다고 해서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배제했는데, 60세까지만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서로 모순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90년에 태어난 아이의 기대수명은 71.2세였는데 2015년에는 82.1세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60세 이상에서 65세 미만 경제활동인구 비율도 53.4%에서 59.4%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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