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기 위해 주주들을 설득할 방안 찾기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출자구조 재편안을 철회한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설득할 방안 찾기에 나섰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 간 분할·합병 계획을 철회하고 보완·개선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투자·핵심부품 사업부문(존속법인)과 모듈·AS부품 사업부문(분할법인)으로 분할하고, 분할법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출자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합병비율은 현대모비스 주식 1주당 현대글로비스 주식 0.61주(0.61대 1)를 배정하겠다고 제시했다.

계획이 발표되자 외국계 투자사 등 주주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현대모비스 신설법인을 저평가함으로써 현대모비스보다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더 많이 가진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가 큰 이득을 취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0.8대 1은 돼야 하는데 이보다 낮기 때문에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손해를 입게 되는 안"이라고 밝혔다.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회피하면서 금융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배하려 한다는 비난도 뒤따랐다.

현대차그룹이 재편방안을 철회한 결정적인 배경은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지분은 총수 일가와 계열사 등이 30%, 국민연금이 9.8%를 소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48%다. 분할합병 주주총회 안건은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재편안 재추진 발표 뒤 구체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다만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재편안 철회 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으로 선순환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분할이라는 큰 방향은 유지하되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낼 방안을 준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