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논의에 반발한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노총도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 사회적 대화 참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6월 민주노총에서 열릴 예정인 4차 노사정대표자회의는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매주 한 번씩 열리는 노사정대표자회의 실무협의회부터 현재 준비위원회가 꾸려져 논의를 진척하고 있던 의제별·업종별위원회 구성까지 올스톱될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 대화를 복원해 양극화 해소와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이 좌초 위기를 맞은 것이다.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떡잎 노랗다"
한국노총 "모든 것을 장담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와 새로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어떤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정책실장은 22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산입범위와 임금수준을 논의하기로 한 양대 노총과 한국경총 간 합의마저 걷어찼다"며 "집권여당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법안처리를 종용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과정에서 보인 국회 태도를 봤을 때 사회적 대화 논의 또한 비슷한 패턴으로 가지 않겠냐는 게 민주노총이 가진 문제의식이다. 한마디로 '떡잎부터 노랗다'는 얘기다. 이주호 실장은 "여기(국회)서는 뺨 맞았지만, 저기(경제사회노동위) 가서는 잘해 보자며 기대와 희망을 갖고 사회적 대화에 임하기에는, 사회적 대화를 둘러싼 변하지 않은 메커니즘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조만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사회적 대화 불참 여부를 공식화한다.

한국노총은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강행하면 사회적 대화 참여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이런 식으로 (확대)하면 1만원으로 올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국회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모든 것을 꼬이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사회적 대화와 관련해 "모든 것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해 9월 '8자 회의'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면서 노사정 사회적 대화 정상화에 디딤돌을 놓았다.

노동계의 강경한 태도에 노사정위와 정부는 난감한 표정이다. 노사정위와 정부는 "당분간 노동계 분위기를 파악하고 최저임금 관련 국회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회적 대화가 중단돼선 안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우태현 노사정위 기획위원은 "개별 현안과 무관하게 한국 사회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변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며 "의제별·업종별위원회나 산업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논의는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진위를 파악해야겠지만 (민주노총이) 현안과 사회적 대화를 연계해 불참선언을 한 것은 아쉽다"며 "어렵게 사회적 대화기구가 만들어진 만큼 머리를 맞대고 노동이슈를 논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사정대표자회의 각종 회의체 줄줄이 중단될 듯

"현안과 사회적 대화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정부 바람에도 노사정대표자회의 체제에서의 대화는 중단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24일 오전으로 예정된 노사정대표자회의 실무협의회를 시작으로 각종 회의에 불참한다. 경제사회발전노동위원회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추진하기로 한 하위법령 개정이나 각종 의제별·업종별위원회 출범도 불투명해졌다.

상반기 출범이 유력했던 보건·공공·버스·금융업종별위원회도 일단 멈춤 상태에 놓인다. 준비위를 꾸려 상당 부분 논의가 진척되던 △경제의 디지털화(4차 산업혁명)와 노동의 미래위원회 △안전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위원회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 △노사관계발전 법·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등 4개 의제별위원회 논의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노사정위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불참한 상태로 각종 회의체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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