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둥." 묵직하게 울리는 북소리에 소복을 입은 30여명의 노동자가 오체를 땅에 던졌다. "둥" 하고 다시 북이 울리자 땅에서 몸을 일으켰다. "둥둥." 합장을 한 뒤 다섯 걸음 나아갔다. 방향은 청와대였다. 몸이 닳도록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한 뒤 청와대를 향해 오체투지를 했다. 유성기업은 7년 전 같은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대법원은 올해 3월 직장폐쇄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유성기업은 직장폐쇄 이후 용역을 동원해 지회 조합원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공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강제교육과 징계남발로 괴롭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1년2개월의 실형을 확정했다. 검찰은 유성기업 노조파괴 행위에 원청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현대자동차 임원들을 기소한 상태다. 그런 가운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유성기업 노조파괴를 재조사가 필요한 12개 사건 목록에 올렸다가 ‘셀프 보류’를 결정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정태 노조 대전충북지부장은 “검찰이 자신의 과오를 드러내기 싫어 스스로 재조사 보류를 결정했다”며 “박근혜 정권 때 했던 오체투지를 통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노조파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2016년 11월에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청와대로 나아가는 오체투지를 했다. 정원영 노조 충남지부장은 “검찰이 또다시 유성기업 노조파괴 문제를 덮으려 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파괴 진짜 주범 현대차를 처벌하지 않으려 해도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노조파괴 범법자를 처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늘색 투쟁조끼를 입은 지회 조합원들은 동료들이 오체투지로 느리게 여는 길을 뒤따랐다. 조합원들은 “노조파괴 진짜 주범 현대차를 처벌하라” “노동자 다 죽이는 노조파괴 중단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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