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산업 구조조정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처럼 전후방 고용효과가 큰 산업에서 구조조정 사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로 '산업 구조조정 매뉴얼'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경제사회노동위는 긴급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둘 수 있다.

구조조정 원칙·가이드라인 마련

20일 <매일노동뉴스>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가칭)산업경쟁력 강화와 고용친화적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계획(안)'을 입수했다. 구조조정특위 구성 계획안은 지난 10일 노사정대표자회의 실무협의회에 논의 안건으로 제출됐다.

계획안을 보면 특위는 사회적 대화로 산업경쟁력 강화와 고용친화성 등 복합적인 목표를 위한 새로운 구조조정 패러다임과 그에 조응하는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 전략을 마련한다. 다만 개별 사업장 현안은 논의하지 않는다. 구조조정 사업장 노동조건 문제를 특위에서 다루지 않겠다는 얘기다.

특위는 과거 구조조정 사례에서 문제점을 파악한 뒤 한국형 구조조정 모델을 개발한다. 사회안전망·교육훈련·일터혁신·노동자 경영참가 같은 의제를 검토한다. 사회적 대화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기업경쟁력 강화와 최대한의 고용유지, 기업활동 투명성, 부실경영 방지를 위한 노동조합 역할 같은 구조조정 원칙이 가이드라인에 담긴다.

노사정위는 전문가 중심 논의에 노사정이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노사와 정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 국장급), 노사정이 추천한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필요하면 광역자치단체 경제·산업·노동 분야 국장급 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다. 운영기간은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을 제안했다.

한국경총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노사정대표자회의 실무협의회가 해당 안건을 놓고 두 차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경총이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겨 한다"며 특위 구성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정 대표자들이 지난달 23일 열린 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역할을 모색한다"고 합의한 만큼 경총이 반대만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우태현 노사정위 기획위원은 "개별 사업장 구조조정 문제를 논의하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에서 산업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친화적인 구조조정의 일반적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는 게 특위 구성 취지"라며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는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 방식은 '묻지마 해고' 아니면 회사·정부가 데드라인을 설정해 노조 양보를 압박하고 코너에 몰린 노조가 극한 투쟁 끝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타협하는 정형화된 패턴을 보인다. 사회적 대화로 산업경쟁력 강화와 총고용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새로운 구조조정 패러다임을 창출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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