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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문제를 넘어
   
▲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지난 13일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 채용비리에 대한 수사 브리핑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부장과 실장·임직원 자녀가 특혜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7개월 만이다.

SR은 설립될 때부터 무늬만 경쟁체제일 뿐 알짜배기 노선만 떼어 내서 사실상 철도를 민영화하려 한다는 의혹을 샀다. 채용인원의 96%가 인사청탁으로 채용됐다는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시작으로 터져 나온 공공부문 채용비리는 가히 충격적이다.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여성을 대놓고 떨어뜨린 노골적인 채용 성차별을 했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합격점수 차별로 결과를 조작했으니 '체계적 성차별' 채용을 했다고 하겠다.

공공부문 채용비리는 지난 정권이 공공부문에서 얼마나 집단적으로 사익을 추구했는지를 보여 준다. 금융권 채용비리는 이런 행태가 구조적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래서 설립 자체로 이미 특혜였던 SR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나올 뿐이다. 오히려 1년 동안 부정채용이 '고작 24명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양심적'이라고 생각할 뻔했다. 아예 입사지원자 명단에 ‘영(영업본부장)’ ‘위(노조위원장)’ ‘비(비서실)’ ‘수(수송처장)’이라고 표시했다는 내용에서는 뻔뻔함에 헛웃음마저 나온다.

장기화한 실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은 공정한 경쟁을 요구한다. 많은 청년들이 공공부문 취업을 준비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여성이어서, 나이가 많아서,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일상인 상황에서는 공공부문은 그래도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청년의 70%는 공무원시험이 다른 취업 과정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청년이 더욱 그렇게 여긴다. 이러한 선호는 지방대 청년의 희망직장 유형에 공공부문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에서도 드러난다. 학벌이나 성별·나이를 고려하지 않아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 믿음조차도 시험이라는 경쟁에 동원할 자원이 동일할 때 이야기므로 당연히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공공부문 채용비리가 보여 주는 사실은 어떤 절차나 규정에 의한 구조적이고 체계적이면서도 은밀한 차별 이전에,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권력남용이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다. 공적인 권한행사와 사적인 권력남용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서 사익을 추구하고, 필요하면 공과 사를 구별해 최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권력을 가진 사람의 일반적 행동양식인 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위계에 의해 청탁을 하다 문제가 되면 단지 ‘개인적 부탁’ ‘그냥 이야기만 했을 뿐’이라며 도망친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공과 사의 경계가 ‘저신뢰 사회’를 만든다. 그래서 누구나 즉각적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표면적인 점수가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그러한 점수에 의해 얻어진 과정은 ‘객관’의 지위를 획득하고 이는 일종의 사회적 신분으로 여겨진다. 혹자는 과거제도로 대표되는 유교적 전통에서 원인을 찾지만, 그보다는 해방 이후 초고속으로 변화하는 사회에서 단 한 번도 체계적 시스템으로 공적인 영역과 권한이 정의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시스템은 숫자로 보이는 정량적 지표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구조와 인구구조 변화 속에 대규모 공채시스템은 지속되기 어려워지고 직무 중심 수시채용이 일반화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구나 대규모 공채 시스템으로는 은밀하게 구조화된 차별과 불평등을 극복해 낼 수 없다. 사회 역동성이 떨어지면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쉽게 공과 사의 구분을 재설정하는 권력의 작동을 막을 방법이 국가 개입밖에 없다 보니, 대규모 공채 시스템이 오히려 공정하다고 여겨진다. 비슷한 문제가 노골적이고 대규모로 반복되는 영역이 대학입시다. 모두에게 동일한 수능점수라는 기준으로 평가받는 정시와 학생부 종합평가를 통한 수시 사이에 동일한 양상이 반복된다. 사회가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넘어 권한과 책임을 분명하게 하는 시스템과 채용에 대한 보상체계 전반을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깊어지는 불평등 골을 메우는 것은 난망할 것이다.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youngmin@youthunion.kr)

김영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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