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수와 무관하게 사용자가 임의로 나눈 선거구에 따라 선출한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 선출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박종택)는 "SK㈜가 지난해 3월 실시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는 무효"라고 이달 10일 판결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에 따라 상시 30명 이상 직원을 사용하는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으면 노조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위촉하고, 과반수노조가 없으면 투표로 선출한다.

SK는 소속 직원 규모에 상관 없이 10개 사업부문별로 1명씩 10명의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도록 했다. 그런데 직원이 42명인 대외협력부문과 989명인 통신사업부문에서 각각 근로자위원을 1명씩을 뽑도록 했다. 이에 직원들이 “평등선거 원칙과 투표가치 평등 원칙에 위반한다”며 근로자위원 선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 1인당 투표가치 차이가 20배가 넘고 회사가 선거구를 자신의 사업부문에 맞춰 결과적으로 회사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선거구가 획정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며 “합리성이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투표 가치의 불평등이 생겼으므로 근로자참여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근로자참여법이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에 충분한 대표성을 요구하는 이상 대표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평등선거의 원칙 및 적어도 선거구 획정에 있어 근로자수 비례의 원칙이 요구된다”며 “선거구 획정이 사용자의 부문 변경 등 일방적 의사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무노조 사업장이나 과반수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노사협의회에서 주요 사항이 결정되는데, 근로자위원 구성에 사측 입김이 작용했다”며 “근로자참여법에 평등선거 원칙이 명문화돼 있지 않지만 이번 판결로 평등선거 원칙이 확인됐기 때문에 사측의 임의적 선거구 획정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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