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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사태 중간결산과 이후 과제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제너럴 모터스(GM)와 산업은행의 지원협상, 한국지엠과 노조의 임금·단체교섭이 타결됨에 따라 군산공장 폐쇄로 시작된 한국지엠 사태가 일단락됐다. 물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사업구조 내 한국지엠의 위태로운 지위, 과도한 본사 비용분담으로 인한 수익구조 악화 문제 등은 그대로 남았다. 간단하게 이번 협상 결과를 분석해 본다.

지엠이 투자하기로 한 64억달러(6조9천억원)부터 보자. 큰 액수 같지만 실상 뜯어보면 대부분 거품이다. 우선 28억달러(3조원)는 기존 차입금을 우선주로 출자하는 것으로 신규투자가 아니다. 더군다나 한국지엠이 이렇게 차입금이 늘어난 것은 언론에도 보도된 것처럼 수출가격과 비용분담이 본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책정됐기 때문이었다. 지엠의 대출금은 지엠이 얻은 이익 일부를 대출 형태로 한국지엠에 돌려준 것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8억달러(8천600억원)는 구조조정 자금으로 군산공장 폐쇄와 3천여명 희망퇴직 비용을 본사가 우선주 형태로 출자하는 것이다. 고정비 절감을 위한 지출이기 때문에 또한 신규투자가 아니다. 절감된 비용은 몇 년에 걸쳐 지엠이 회수해 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20억달러(2조1천억원)와 8억달러(8천600억원)는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으로 지엠이 10년간 대출하는 자금이다. 그런데 한국지엠은 지난 10년간 한 해 평균 4천억~5천억원을 설비투자로 사용했다. 10년간 2조1천억원(한 해 평균 2천100억원) 설비투자는 이전보다도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이 돈도 2022년 이후에 대부분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8천6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은 마이너스 통장식 회전대출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예비비다.

산업은행이 투자하기로 한 7억5천만달러(8천100억원)는 우선주 형태 출자로 기존에 없었던 ‘뉴머니’(신규자금)다. 설비투자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지엠의 설비투자 자금이 2022년 이후로 몰려 있어, 올해와 내년 필요한 시설자금 모두를 산업은행 돈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신규투자 대가로 산업은행이 받기로 했다는 지엠의 10년 한국 체류 보장책은 빛 좋은 개살구다. 자산 20% 이상 매각시 산업은행 거부권은 이번 군산공장 폐쇄에서도 봤듯 공장가동 중지에 소용이 없다. 5년간 지분매각 금지와 이후 5년간 35% 이상 지분보유 조항도 이번 부도협박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 극단적 사업포기에는 무기력한 조치들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지엠의 철수 방지책으로 “비토권보다는 투자로 인한 철수시 매몰비용”에 강조점을 두는 이유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 피해는 심각했다. 3천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고, 올해 임금동결·성과급·타결금 지급유예, 수익발생 전까지 실질임금 동결, 사무직 승진 동결, 복리후생 삭감 등을 노사교섭에서 받아들였다. 인건비로만 보면 예전 30%인 연 5천억원을 희생한 셈이다. 해고와 지엠의 막무가내 부도협박에 심적 상처도 깊다.

요컨대 총 71억5천만달러(7조7천억원)의 자금지원 중 실제 신규투자는 산업은행의 8천100억원이 전부며, 지엠은 별다른 손해 없이 군산공장 폐쇄와 인력감축이라는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을 연착륙시켰고, 노동자들은 큰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한국지엠의 근본적 불안정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엠이 투입하기로 한 신차 두 종은 2020~2025년 부평1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인 신형 SUV와 2022년부터 창원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 CUV인데, 전자는 그 후속이 없고 후자는 지엠 종사자들도 실체를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이 차들이 계획대로 생산돼도 창원공장은 기존 생산차가 단종돼 2019~2022년까지 4년간 절대적 생산량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평2공장은 지금도 제대로 된 생산계획이 없다. 당장 내년부터 창원공장과 부평2공장이 위태롭다.

한국지엠 노조와 산업은행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한국지엠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극단적 사태를 피했다고 안주할 상황이 아니다. 빠르면 3년, 길어야 5년 후에는 이번보다 더한 지엠 철수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이런 점에서 이번 한국지엠 사태의 승자인 지엠에 맞서 ‘패자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큰 피해를 입은 한국지엠 노조와 산업은행이 조만간 비슷한 일을 다시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엠에게 이번 구조조정은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단기적 공장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엠에서 한국지엠은 쓰고 버리는 지위로 하락해 있다.<본지 2018년 4월19일자 18면 ‘지엠의 막장 경영, 고용연대로 되받아치자’ 칼럼 참조>

그런데 주주이자 10년 체류 계약의 당자사인 산업은행과 한국지엠의 내부자인 노동조합은 단기적 실적이나 비용절감이 아니라 장기적 발전전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에 관해서는 채권 회수를 위한 구조조정 역할이 아니라 어떻게든 기업 내부에 자본을 더 축적하게 만들어야 하는 건전한 경영자 역할을 해야 할 처지다. 그리고 당장 2019년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창원공장 위기에 대해서도 시급하게 정부와 노동조합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동맹이 가능할까. 여러 현실적 제약이 있겠지만, 산업은행의 한국지엠 이사 몫 3명 중 1명 이상을 노동조합에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한국지엠 이사회에서 공동대응을 조직해 양자가 동맹의 조건을 만들고, 더 나아가 이사회를 매개로 장기 전망을, 구호가 아니라 실제 계획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 사정은 노동조합에 ‘쟁취를 위한 투쟁’보다 ‘단결을 위한 대안’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 당국에 ‘단기적 금융논리’가 아니라 ‘장기적 구조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이 그 첫 시작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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