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이 북한의 ‘무기한 연기’ 통보로 취소됐다.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을 위한 길에 고비가 찾아왔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이날 0시30분께 리선권 단장 명의 통지문에서 우리측 맥스선더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고위급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당일 새벽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만남을 깬 것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는 성명에서 “북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27 판문점선언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속내는 복잡하다. 북측의 갑작스런 통보가 표면적으로는 맥스선더 훈련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사실상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강경파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관리들은 △선 핵포기 후 보상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 △핵·미사일·생화학무기 완전폐기를 주장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오후 담화에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 정부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에 우리 정부는 “판문점선언 이행과 북측이 고위급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 외에 더 이상의 말을 삼가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청와대는 17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개최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고위급회담 연기 등 현안에 대해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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