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공장 사내하청업체 P사는 올해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s) 순위가 꼴찌인 48등이다. 포스코 포항공장 사내하청업체 F사 순위도 최하위인 55등이다.

두 회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장 교섭대표노조가 민주노총 소속이다.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전에는 포스코 평가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점도 같다. 정용식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16일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포스코가 무노조 경영 50년을 이어 가기 위해 부당한 KPI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가입 잇따르자 노사관계 총점 올려=포스코는 2005년 무렵부터 1차 협력업체를 상대로 KPI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광양공장 48개사와 포항공장 55개사가 평가 대상이다. 전년도 협력사들의 실적을 임의로 평가해 그해 상반기에 결과를 통보하는 방식이다. 100점 만점 상대평가다. 공장별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가 매겨진다. 상위 업체는 인센티브를 주고, 하위 업체는 패널티를 부과한다.

평가 항목은 △노사 리스크 관리·노사관계 양호도 등(15점) △안전활동 실천·안전성과지표·재해발생(20점) △작업품질경과·위탁설비·지도점검 결과(20점) 등이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회사 문건(2017~18년도 KPI 평가기준 개선안)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부터 노사 리스크 관리·노사관계 양호도 배점을 15점에서 35점으로 두 배 이상 올렸다. 대신 안전부문(15점)과 작업품질부문(15점) 등에서 배점을 줄였다.

포스코 외주기획그룹은 각 협력업체에 문건을 발송해 노사관계 배점 상향을 예고했다.<사진 참조>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회 가입 사업장이 급증하자 올해부터 변경된 평가기준을 적용해 심사에 나선 것이다.

양동운 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광주고법이 지회가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는데, 판결 때문인지 지난해 하반기부터 9개 사업장 700여명의 노동자가 연이어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며 “포스코가 노사관계 배점을 대폭 늘린 변경된 KPI 평가제도로 노조 가입 사업장을 압박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포스코 "특정사 불이익 구조적으로 불가능"=변경된 KPI가 휩쓸고 간 현장은 참혹했다. 지회 산하 9개 분회가 있는 사업장 모두 평가점수가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3곳은 교섭대표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다. 광양 P분회·포항 F분회 사업장이 각 공장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포항 R사는 꼴찌 다음인 54위를 기록했다.

R분회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분사한 회사라서 민주노총에 가입하기 전에는 수년 동안 최우수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돼 조합원들이 수차례 포상금을 받았다”며 “민주노총 소속 교섭대표노조가 되자 하루아침에 꼴찌 협력사로 전락했고, 회사가 이를 이유로 민주노총 탈퇴를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가 결과는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문건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우수회사 6개사에는 기본노임 인상률에 2.0%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하위 6개사에는 추가 지급이 없다. 우수협력업체에 선정되면 직원 1인당 최고 1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반면 열위 회사는 경고공문을 받는다. 이들은 포스코에 개선계획서를 내야 한다. 하청업체들이 포스코 KPI를 이유로 직원들에게 기업노조 가입을 유도한다는 의혹도 있다.

정용식 지회장은 “포스코의 KPI 운영 방식이 대외비여서 협력사들이 평가 결과와 관련 문서를 내밀며 민주노총 탈퇴를 압박하는 과정에서야 노사부문 배점이 대폭 상향된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R사 대표는 이달 초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노사 불안정이 회사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도 있다”며 “우수회사로 인센티브를 받았던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표와 항목별로 평가 부서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회사에 불이익을 주는 평가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번 평가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가입한 노조가 있는 외주사가 최우수 회사로 선정된 곳도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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