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간호사입니다. 그런데 의사 대신 의무기록을 작성하고 의사 대신 환자들을 상담하고 수술동의서를 받습니다. 모두 불법입니다. 의료법에서 의사가 반드시 하도록 명시한 의료행위를 왜 간호사가 해야 하나요?"

서울의 한 공공병원에서 PA(Physician Assistant·진료보조) 간호사로 4년간 일한 ㄱ씨의 말이다. ㄱ씨처럼 의사업무를 떠맡은 PA간호사는 전국에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국립대병원 PA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에 3천230명의 PA간호사가 일한다. 서울대병원만 1천명이 넘는다. 문제는 PA간호사가 하는 업무가 대부분 불법시술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15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수술실 PA간호사들은 의사 대신 수술환자 상담을 하고 수술스케줄을 관리한다. 환부를 봉합하거나 수술까지 한다. 의사가 구두로 처방하면 PA간호사들이 의사 아이디로 접속해 처방을 입력하고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의사를 대신해 간호사가 사망진단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대학병원에서는 전공의 대신 의학연구에 참여해 연구보조 업무를 하고 임상시험 연구 샘플링이나 서류작성 업무를 도맡는다. 노조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 54개 병원 간호사 7천7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내용이다.

노조는 "간호사가 의사 고유업무를 대행하면서 법적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숙련간호사가 PA간호사로 병동을 빠져나가면서 간호인력 부족 문제가 되풀이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나영명 노조 기획실장은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진료공백을 PA간호사가 땜질함으로써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가 횡행하고 간호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의사협회는 의사인력 확충을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에 PA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한 맞짱토론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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