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노동시간 특례업종 축소를 앞두고 휴게시간 사용이 어려운 돌봄노동자들이 무급노동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이·노인·장애인에게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은 일하는 도중에 독립적인 휴게시간을 갖기 어렵다. 돌봄노동자들은 “일하는 도중에 쉴 수 없는 조건인데 쉬라고 하는 것은 무급노동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쉬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수조건에 대한 개선책 필요=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은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서비스 노동자 휴게시간에 대해 정부가 엉터리로 대응하고 있다”며 “민간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방치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7월1일부터 사회복지사업이 노동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다. 근기법에 따라 사용자는 노동자 노동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휴게시간은 노동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보육교사 이현림씨가 일하는 어린이집으로 공문이 왔다. 보육교사 근무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업무지시였다.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 운영방법으로 "(아이들) 낮잠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활용하라"는 대목도 있었다.

이씨는 “아이들은 교사가 자라면 자고, 일어나라 하면 일어나는 로봇이 아니다”며 “서로 다른 시간에 잠들고 깨는 아이들을 일일이 돌봐야 하고 모두 잠든 시간에도 짬짬이 부모들에게 보낼 알림장을 쓰고 오후 수업준비에다 일지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어린이집 근로계약서에는 보통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명시돼 있다. 그런데 보육교사에게 점심시간은 아이들에게 식사를 지도하는 시간이다. 그는 “가짜 휴게시간은 사라져야 한다”며 “정부는 어린이집 교사들이 실제로 8시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실을 무시한 휴게시간 부여는 사실상 임금삭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일하는 윤남용 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충북지회장은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장애인과 떨어져 휴게를 취할 수 없는 특수한 조건에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 없이 4시간에 30분을 무조건 쉬라고 하는 것은 임금을 30분만큼 삭감하겠다는 얘기”라며 “쉴 수 있도록 대체인력을 투입하거나 2인 근무제 도입 같은 고민은 하지 않고 휴게시간만 의무적으로 적용한다는 것은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삭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무료노동 강요, 불법·편법 많지만 정부 감독 없었다=노사가 합의하지 않은 휴게시간 미부여는 불법인데도 정부가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연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돌봄노동자 휴게시간 부여 의무는 근기법 개정과 상관없이 원래부터 있었다”며 “사용자가 노조와 서면으로 특례를 합의하지 않은 이상 사회서비스 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할 의무는 모든 사회서비스업종 사용자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사업이 노동시간과 휴게시간 특례업종이라도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를 한 경우에만 휴게시간을 바꿀 수 있다. 조 변호사는 “정부가 이제 와서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휴게시간 부여 의무가 생겼다고, 민간에서 알아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다”며 “그동안의 직무 방기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자 또 다른 희생을 묵인하고 방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진숙 노조 부위원장은 “알아서 8시간만 일하고 알아서 쉬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하다”며 “휴게시간을 빌미로 임금을 깎여 온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정부와 지자체는 불법과 편법, 무료노동이 판치는 사회복지 현장의 문제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는 실태조사로 현황을 파악한 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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