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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된 북한은 노조 없는 남한?
   
▲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4월20일 평양에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 밝힌 역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됐다"며 "병진 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이제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로켓)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됐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며 "우리 공화국이 세계적인 정치사상 강국, 군사 강국의 지위에 확고히 올라선 현 단계에서 전당, 전국이 사회주의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우리 당의 전략적 노선"이라는 내용의 파격적인 연설을 했다.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체제 보장, 북미 수교, 북일 수교 등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정전협정은 폐기되고 평화협정으로 대체되면서 북한이 글로벌 경제 체제로 빠르게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가 계획이 통제하던 북한 경제체제가 본질적으로 시장 주도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산업과 기업에 대한 민영화·사유화 조치가 점진적으로 허용되고, 직장과 직업을 찾기 위한 '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초보적인 자유화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제 전환과 세계경제 통합에서 북한이 참조할 만한 사례로는 중국과 베트남이 떠오른다. 두 나라 모두 공산당 일당 지배하에서 시장경제를 발전시키면서 글로벌 체제에 통합돼 있기 때문이다(몽골은 일찌감치 다당제로 이행해 북한과는 정치체제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베트남을 눈여겨보게 되는데, 그 이유는 중국과 비교할 때 인구·영토·국력에서 상대적으로 북한과 유사점이 많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침략에 맞선 역사적 전통에서도 두 나라는 유사성을 보인다.

86년 공산당 6차 대회 결의로 '혁신' 정책을 시작한 베트남은 89년 캄보디아 철군을 계기로 해외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모색한다. 미국과는 93년 외교관계 논의를 시작했다. 94년 미국의 무역금지 조치가 해제됐고, 95년 1월 양국에 상호연락사무소가 개설됐다. 그해 7월 미국과의 국교정상화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가입이 이뤄졌다. 일본과는 미군 철수 직후인 73년 9월, 한국과는 한중 수교 직후인 92년 12월 수교했다. 세계은행에는 '해방전쟁' 종료 직후인 76년 가입했으며 78년 사이공강 관개시설 프로젝트를 위해 6천만달러 규모의 첫 차관 지원을 받았다.

베트남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노동조합운동이 존재한다. 29년 7월28일 조직된 적색직업동맹을 기원으로 하는 베트남노동총동맹(VGCL)이 그것이다. 여전히 베트남공산당과 국가 영향력하에 있는 VGCL은 올해 들어 조합원 1천만명을 돌파했다. 경제활동인구는 6천만명이다. 조합원 40%는 국가부문, 60%는 민간부문에 속해 있다.

VGCL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로 이행함에 따라 노동조합 역할과 기능에 변화가 있어야 함을 잘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주의적 노동조합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이라는 대립적 노사관계론을 회피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산업평화를 위한 노사협조주의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합원 권익향상을 위한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일반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은 준국가기관으로 여겨지고 노조간부는 준공무원으로 대우받는 실정이다.

"박정희식 개발독재로 경제성장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 보여요. 박정희 향수가 있듯 북한도 성공한다면 김정은이 영웅이 되지 않을까요?" <미디어오늘>에 실린 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인터뷰 내용이다. 최선영 기자는 평양에서 대학을 나와 기자로 일하다 남한으로 넘어왔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과 최소 11년제 의무교육을 마친 근면한 노동력을 보유하였다. 이들의 우수성은 개성공단의 경험과 중국 기업에 고용되어 보여준 높은 노동생산성으로 입증되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의 <한겨례> 칼럼 내용이다. 이종석 수석연구위원은 <썰전>에도 출연해 "노조 없는 대한민국 노동력이 북한 노동력이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진행자 김구라씨는 "완전 삼성인데?"라고 반응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 협력에 대한 이들의 선의는 인정하지만, 개방 이후 북한 경제와 노동 문제에 대해 필자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북한 경제성장은 열악한 임금,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 빈발, 직업병 만연, 빈부격차 심화 등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극대화하는 박정희식 '헬조선'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보다 국가가 노동기준 규제와 감독 기능을 높은 수준에서 보지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과 산하 직업동맹들이 "노동계급의 통일과 단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동자 보호활동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조선노동당의 이념과 정책을 생산현장에 주입하는 당 외곽단체 역할을 넘어 노동자들의 권익을 실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하는 것이다.

'이윤 우선'과 '자본 존중'이 아니라 '인간 우선'과 '노동 존중'이 같이 갈 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사회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국제노동기구(ILO) 창립 정신은 현실이 상상을 앞서 달리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꼭 들어맞는 슬로건이다. 이 과제가 남한 민주주의 심화 및 노동운동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industriall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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