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800여명에 이르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갈등을 겪고 있다. 정규직화 방안을 논의할 노·사·전문가 협의회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서울대병원분회는 올해 3월 노·사·전문가 협의회에 참여하는 노동자 대표단(12명)을 병원측에 통보하고 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그런데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병원측이 노동자 대표단 가운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간부 3명을 문제 삼으며 회의 개최를 거부한 탓이다. 병원 관계자는 "정부 지침에 따라 노·사·전문가 협의회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전환대상 노동자 대표가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산별노조 간부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노·사·전문가 협의회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분회는 "병원이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시간을 끌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 지침에 노사합의를 전제로 산별노조 간부가 노·사·전문가 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놨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천국제공항·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다른 공공기관 노·사·전문가 협의회에도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 간부가 참여했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분회는 "서울대병원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전환을 위한 국립대병원 전략기관으로 선정됐는데도 관련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꼼수를 부리는 사용자를 관리·감독하지 않고 있다"며 "1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부 역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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