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생명의 태동을 연상시키는 경쾌한 북소리가 국회 의원회관에 가득했다. 사람들은 박수로 리듬을 탔다. 북소리가 절정에 달하자 무대 위 스크린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이 떠올랐다.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은 아이들과 희생자를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기억위원’ 이름이 화면을 스쳐갔다. 세월호를 기리는 행사에서 빠른 박자 음향을 듣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슬픔으로 4년을 앓던 사람들은 다시 일어섰다. 세월호 이후 아이들은 반드시 안전한 세상에서 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기억위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4·16재단이 지난 1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세월호 이후 다른 사회, 4·16재단이 만들어 나가자"=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재정지원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16연대 등은 지난해 11월 4·16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개월 동안 참여자를 모집했다. 이날 현재 1만6천700명이 일정액 이상을 출연하는 기억위원으로 함께했다. 총 약정금액은 18억원이다. 100만원 이상 출연한 국민 발기인은 목표치(416명)를 넘긴 538명이 이름을 올렸다.

강남타악퍼포먼스연구원이 난타공연으로 출범식 문을 열었다. 화가인 김정헌 4·16재단 초대 이사장이 인사말을 했다. 김 이사장은 신경림 시인이 쓴 세월호 추모시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 중에서 “밤마다 바람이 창문을 찾아와 말하지 않더냐, 슬퍼만 하지 말라고, 눈물과 통곡도 힘이 되게 하라고”를 인용했다.

“그렇습니다. 슬퍼만 하지 말고 우리가 4년 동안 흘린 눈물과 통곡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 꽃을 피워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국민께 감사드리고 아픔을 같이한 세월호 가족들에게도 힘을 내시라고 부탁드립니다. 새로 출범하는 4·16재단에 온 국민의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에서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되고 있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재단이 많은 역할을 해서 달라진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전사회 구축활동 지원이 목표"=4·16재단은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며 살 수 있는, 일상이 안전한 사회"를 목표로 한다. 생명과 안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구체적으로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지원 △생명안전공원을 세계적인 공원으로 육성 △피해자 치유 및 생계지원 기반 마련 △지속가능한 연대 구축·확산을 추진한다.

15명 이내 이사진과 30인 이내 운영위원회가 세부 사업계획을 정한다. 투명한 운영을 위해 감사위원회가 꾸려진다. 박래군 이사는 "다른 재단보다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7인 이내 감사위원회를 두기로 했다"며 "기억위원 100만명 참여를 목표로 활동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이날 출범식에 참여한 이사들에게 체중계·화분·영양제·지구본 등을 선물을 건넸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2학년6반 이영만 학생의 형 이영수씨는 “세월호에서 희생된 학생들의 형제자매가 지금 청년 시절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고 부탁했다. 4·16재단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가는 그날을 향한 꿈을 이루기 위해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 당사자들과 재단이 천명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의하는 모든 이들의 의지를 모아 세월호 참사 1천488일인 오늘 재단 창립을 엄숙하면서도 기쁘게 선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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