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7.21 토 08:00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연재
[직업계고 현장실습 바꾸자 ⑤] 학교 노동인권교육, 직업계고 학생 인권보장의 시작이나래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지난해 1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해지방어 업무를 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세상을 등졌다. 그해 11월에는 제주 음료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전공과 동떨어진 일을 하며 압박감에 시달렸다. 잇단 죽음은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올해 2월 또다시 조기취업 현장실습을 유지하고,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 교육감 후보들에게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입장을 묻고, 제도를 바꾸자고 요구했다. <매일노동뉴스>가 5회에 걸쳐 그들의 호소를 싣는다.<편집자>

이나래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우리 사회가 노동인권 침해를 막고, 노동자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사회로 가기 위해 학교 노동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그중 63번째 과제인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 학교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포함시켰다. 잇따른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생들의 사망·사고로 폐지 요구가 높아지자 교육부는 마치 사고의 주요 원인이 학생이 ‘몰라서’ 발생한 것처럼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중단이 아닌 유지 일환으로 노동인권교육 확대를 내놓았다. 하지만 당사자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취업 나간 데가 이상해서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돌아오려고 하면 일단 참으래요. 그만두면 다른 데 취직 안 시켜 준다고 해요.”

해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일반고 직업반 학생 6만여명이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을 나간다. 교육부 ‘특성화학교 현장실습생 산업재해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2016년 21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은폐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이 아니더라도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이처럼 청소년과 노동은 매우 밀접하다.

그렇다면 교육당국은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인권교육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을까. 문제는 교과서에서조차 ‘노동’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초등학교에선 아예 다뤄지지 않는다. 중학교 사회과목에 처음으로 등장하지만 실업문제, 바람직한 노사관계 수준이다. 중·고등학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12년 동안 학교를 다닌 학생에게 노동교육은 5시간 정도만 이뤄진다. 반면 기업가 정신은 초·중·고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에 포함돼 있어 대조를 이룬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본·기업 편향적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전국 특성화고·마이스터고 3학년생을 대상으로 ‘예비 직업인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관계법 사이버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동영상으로 이뤄지고 노동관계법 지식 전달 위주여서 교육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2017년 2명의 현장실습생 사망 이후 교육부가 내놓은 노동인권교육 대책 역시 집체식·온라인 교육을 확대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시민·사회운동단체와 노동조합의 요구와 노력으로 노동인권교육이 각 시·도 교육청에서 자체 예산을 편성해 특강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노동인권 교재를 발간해 교육에 활용하거나 배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문제가 있고, 부족하다. 정규교과로 편성되지 않은 한계가 있으며, 교육시간도 1년에 한두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중학교와 일반계고는 전무하다.

최근 경남도의회에서 ‘경남도교육청 학생 노동인권교육 조례안’이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조례안은 4년마다 학생 노동인권교육과 기본계획 수립, 노동인권교육에 관한 교원 연수, 고등학교 학년당 1시간 노동인권교육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를 부결시킨 박준 자유한국당 도의원은 “민주노총 식 노동권 교육으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시 역시 지난해 조례가 부결됐다. 우리는 학교에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라도 가르쳐야 노동현장에서 권리 침해를 막을 수 있다는 당연한 취지조차 침해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6·13 지방선거를 맞아 교육감 후보들에게 요구한다. 정규교과 편성뿐 아니라 학생·교직원·학부모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현장실습 혹은 아르바이트 노동 등에서 발생하는 노동인권 침해 예방과 권리 회복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갖추지 않고 양적인 교육만 확대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노동인권교육과 지원시스템의 온전한 마련이야말로 노동존중 사회, 노동중심 사회로 가는 길일 것이다.

이나래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나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