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우리 모두는 노동자고, 우리 부모님도 노동자였고 우리 자식들도 노동자일 것입니다. 노동자가 살기 좋은 나라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당당한 주인은 ‘일하는 사람’ 노동자가 될 것입니다.”

○○○후보는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네 가지 정책을 발표했다. 일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인이 되는 나라, 일하는 사람이 가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비정규직 차별이 없는 나라, 더 이상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없는 나라다.

‘○○○’은 누구일까? 요즘 한창 6·13 지방선거 선거운동에 돌입한 터라 아마도 지방선거에 출마한 어느 후보자가 한 공약이겠거니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노동자를 대변하는 후보자의 발언이리라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답은 바로 지금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 후보다.

지난해 노동절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노총을 방문해 위와 같은 비전을 발표했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의 나라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노동존중 사회 건설”이 아마도 위 공약의 줄임말일 게다.

그리고 1년, 많은 게 변했다. 돌이켜 보면 시민과 노동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천적 정책집행이 참으로 많았다. 그의 첫 행보는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듯이 인천국제공항공사 방문이다. “비정규직이 한 분도 없게 하겠습니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다. 한국노총을 찾아 “비정규직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한 발언의 충실한 실천이 아닌가.

그 뒤로도 많은 일이 있었다. 마치 대통령의 선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며 매뉴얼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마련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전문 컨설팅요원 풀(POOL)까지 챙기는 정성을 다했다.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 이름은 같은 노동부인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반성은 없었다.

노동현장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어제가 다르게 노동조합을 괴롭히던 바로 그 사용자가 “뭐 불편한 게 없냐”고 물어보는, 기대하지 않은 상황도 많았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요즘은 꽤나 익숙하다. 그리고 최근 삼성그룹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합의하면서,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다’며 앞장서서 단체협약까지 체결할 태세다.

그러고 보면 지도자가, 그 지도자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몸으로 느끼는 지난 1년이었다. 현장에 있는 노동자라면 다들 동의하지 않을까.

전쟁 시기와 평화 시기는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전쟁시에는 적을 막으면 그만이지만 평화시에는 인민대중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적을 물리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많은 희생이 따르지만 목표는 분명하기에 쉬워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전시 이후 평시,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각 주체들의 다양한 희망을 받아 실행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훨씬 더 어렵기에 이런 평가가 나오기 마련이다.

어느 학자는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라며 우리나라의 지난 20여년 전 민주화 이후의 상황을 진단했다. 더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나름의 분석으로는 오늘, 꼭 1년이 지난 현재도 똑같은 물음이 가능해 보인다. 2016년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뜻으로 촛불을 들었지만, 막상 각자 자리로 돌아가면 수만 가지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 않을까. 노동문제만 한정하더라도, 최저임금부터 정리해고까지.

누가 뭐라 해도 지난 1년간은 대통령의 힘으로 많은 사업을 훌륭하게 진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에서 남북대화까지. 우리나라에서 근래에 보기 어려웠던 역동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시간’이 너무 길지 않느냐”는 걱정 어린 응원이다. 사실 구체적인 정책집행에서 각 당사자에게 물어봤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함께하는 동지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5년을 넘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에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하지 않으면, 아마도 힘에 부칠 게 분명하다. 필자는 다른 쪽은 잘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노동 문제는 노동자와 함께 가면 정말이지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년 후엔 이런 바람이 불어왔다고 말할 수 있길 희망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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