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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노동정책을 돌아보다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출범 1년은 그 정부의 정책방향을 보여 주는 중요한 시기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미래가 없는 불안정한 노동’ ‘일해도 가난한 삶에 대한 분노’가 자리했음을 알고 있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했다. 그것은 ‘소득주도 성장론’으로 표현됐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최저임금 1만원 등이 소득주도 성장론의 주요 정책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12일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노동자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정부 노동정책은 성과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경우 정규직 전환 제외자가 너무 많고, 노동조건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규직 전환이라고 했으나 실질은 자회사 노동자와 무기계약직 전환에 그쳤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공적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함으로써 노동자 권리를 빼앗고, 노동자들을 분할하고 위계화해 공공성을 훼손한 현실을 바꾸는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노동자를 여전히 위계화하고 차별구조를 유지했다. ‘정규직화’라고 표현돼 있지만 본질은 달랐다.

큰 방향이 제대로 설정돼 있다면 정책 실행 과정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동의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은 노동계가 요구했던 바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개념’만 차용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노동계는 좋은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 요구를 수용한다고 하면서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을 결정했다. 기존 시설을 재편하고 관리하면서 공공성 외피만 씌우겠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도 1만원은 지키되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 실질적인 효과는 없애려고 한다.

노동계 요구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이 다른 현재 상황은 노동자를 주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동계를 이해관계 당사자로 간주해 요구를 조절·통제해야 하며, 전문가를 통해 이런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비정규직 당사자를 논의에 포함시키지 않고, 노동시간단축이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결정 과정에서도 민주노조운동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태도로 이어진다.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했지만 그 전제는 해고자들을 조합원에서 제외하는 것이었다. 해고자를 포함하고 있는 전교조는 아직 합법노조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택배노조 설립신고증을 내줬을 뿐 대리기사노조 변경신고는 수용하지 않았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핵심적인 요구인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노동조합 활동을 가로막는 손해배상 제도나 정리해고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 단결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의사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1년은 그래서 우려스럽다. 집권 2년차에 들어와 소득주도 성장론에서 ‘혁신성장’으로 정책 중심을 옮기는 것으로 보이기에 더 우려스럽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고용형태 변화에 따른 노동권 인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 과거 ‘기업 살리기’ 논리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한 금호타이어나 한국지엠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실질적인 책임이 있는 경영자들을 제재하지 않으면서 노조에 양보 압박만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침묵하던 기업들도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 요구는 ‘이해관계 당사자’의 요구가 아니다. 노동권을 보장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요구는 보편적인 인권이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왜 이런 정책이 필요한지를 숙고하지 않은 겉핥기 정책으로는 우리 사회 변화를 제대로 이끌어 낼 수 없고 노동존중 국가를 만들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1년, 그래서 노동자는 누군가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 뭉치고 싸워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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