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와 STX조선해양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3월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중형조선소 회생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노동존중 사회 실현에 초점을 맞췄다. 그로부터 1년간 시급한 과제는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성과연봉제 지침을 폐기했다. 불합리한 단체협약 시정명령도 중단했다. 지난달에는 노사정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대체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설립에 합의했다. MBC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하고, 파리바게뜨를 시작으로 불법파견 판정과 직접고용 명령을 연이어 내렸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정착과 노동기본권 강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노동기본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정부 로드맵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수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정치권 상황을 고려하면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언제쯤?

고용노동부는 8일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과제로 △부당노동행위와 불법파견 관련 감독 강화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호 △부당노동행위 제재 강화 △노동위원회를 포함한 근로자 권리구제기관 실효성 제고 △노동인권교육 종합대책 마련 △5월 중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을 위한 입법을 제시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발표한 공약이나 국정과제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조 가입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제고를 위한 법·제도 개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초기업 단위 교섭 지원 △무분별한 손배·가압류 제한 △노동회의소 설립 △사업장 근로자 이해대변기구 강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과 민간확대를 약속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정과제에 담겼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방한한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에게 핵심협약 비준의지를 밝혔다. 핵심협약 비준 로드맵이 지난해 말까지 나올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8일 발표한 노동부 추진계획에도 빠져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법·노사관계 전문가 위원회에서 집단 노사관계와 관련한 나머지 국정과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이후 사회적 대화를 거쳐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노동시간단축에 주력하면서 노동기본권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이 힘을 잃었다는 지적이 여당 내에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노동부 움직임이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아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건건이 발목 잡는 보수야당

여당이나 진보정당이 의석수에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같은 보수야당을 압도하지 못하는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노동기본권 보장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같은 정책은 보수야당의 공격을 받았지만 '차별해소'나 '격차완화'라는 명분에서 밀리지 않았다. 반면 노동기본권이나 집단 노사관계 분야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떨어진다. 보수야당과 재계가 '노조 이기주의'로 매도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노사관계 분야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정부가 5월 입법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을 위한 법 개정도 야당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상반기에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끝내지 못하면 하반기에도 여야가 같은 쟁점으로 다툴 수 있다”며 “여당이 21대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점한 뒤에야 노동기본권·노사관계 분야 법·제도 개선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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