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수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결정 : 헌법재판소 2018.4.26. 선고 2015헌바370·2016헌가7(병합)


1. 사건의 개요

(1)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집행부 주도로 2013년 12월9일부터 ‘철도산업 발전방안 철회’를 요구하는 대정부 파업을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는데, 집행부 10여명이 경찰의 소환 조사요구에 불응하자 2013년 12월16일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2) 경찰은 2013년 12월22일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 사이에 위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경향신문사 건물 1층 로비 출입구와 민주노총 사무실 출입문을 부수고 수색했으나, 이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3) 청구인(2015헌바370 사건)과 제청신청인(2016헌가7)은 위와 같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 과정에서 철도노조 소속 조합원 등 수백명과 공동공모해 다중의 위력을 보이고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태로 경찰관들을 폭행·협박해 그들의 체포영장 집행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4) 청구인은 항소심 계속 중 체포영장 집행을 위한 피의자 수색의 근거가 된 형사소송법 216조1항1호 중 200조의2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5년 10월30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제청신청인은 항소심 계속 중 동일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법원은 2016년 3월9일 이를 받아들였다.

2. 심판대상 조항

형사소송법(1995.12.29. 법률 제5054호로 개정된 것)

제216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2·제200조의3·제201조 또는 제212조의 규정에 의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

1. 타인의 주거나 타인이 간수하는 가옥·건조물·항공기·선차 내에서의 피의자 수사

3.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헌법 12조3항과는 달리 헌법 16조 후문은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영장주의에 대한 예외를 명문화하고 있지 않으나 헌법 12조3항과 헌법 16조의 관계, 주거 공간에 대한 긴급한 압수·수색 필요성, 주거의 자유와 관련해 영장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헌법 16조의 취지 등에 비춰 ① 그 장소에 범죄혐의 등을 입증할 자료나 피의자가 존재할 개연성이 있고 ②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심판대상조항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 내에서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별도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은 인정되나,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영장 없이 피의자 수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위에서 본 헌법 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요건을 벗어난다.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해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2020년 3월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합헌적인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이 계속 적용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은 영장이 발부된 피의자가 타인의 주거 등에 소재할 개연성이 소명되고, 그 장소를 수색하기에 앞서 별도로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돼야 할 것이다.

4. 평석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을 통해 헌법 16조의 영장주의 예외 인정의 필요성과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한편 체포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체포를 위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하는 경우 별도의 수색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서 ① 피의자가 그 장소에 소재할 개연성이 인정되고 ②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영장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2013년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경찰은 철도노조 집행부를 체포한다면서 수천명의 경찰을 동원해 민주노총 출입문을 부수고 수색을 했다. 그러나 정작 체포하겠다던 철도노조 집행부는 발견하지 못했고, 경찰의 침탈에 항의하는 수많은 시민과 조합원들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되고 피해를 입었다. 이번 결정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으로 돌아가 2013년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이 위법했다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는 데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첫째, 이번 결정은 헌법 16조의 명문규정에 반한다. 대한민국헌법 16조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16조는 주거에 대한 압수·수색 때 영장주의를 규정했을 뿐, 예외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이론적 근거를 들어 영장주의의 예외를 ‘창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주어진 헌법을 해석하는 곳이지, 헌법을 개정하는 곳이 아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 오로지 국민만이 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헌법 해석기관의 한계를 넘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둘째, 헌법 12조3항에도 반한다. 헌법 12조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영장주의 원칙을 선언하면서 그 예외로 ① 현행범인 ②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 염려가 있는 경우에만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체포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은 헌법 12조3항이 상정한 영장주의의 예외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됐는데, 체포영장 제도는 1995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체포영장 제도를 알지 못했고, 따라서 체포영장에 의한 영장주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잠정적이나마 1987년 헌법이 1995년 도입된 체포영장에 의한 영장주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셋째, 헌법재판소의 목적은 인권의 보호이지, 수사편의주의 관철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해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수색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 등을 수색해 피의자를 체포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허용할 법률적 근거가 사라져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주어인 헌법재판소를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로 바꿔도 무리가 없이 읽히는 수사편의주의적인 논리이다. 수사 공백에 따른 대책은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회가 책임져야 할 몫이지 인권의 최후 보루기관이라는 헌법재판소의 담당영역이 아니다.

넷째, 변형결정은 자제돼야 한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포함해 한정합헌·한정위헌 등 변형결정의 효력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간에는 견해차가 존재한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규정하고 있지 않은 변형된 형태지만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에 해당한다고 한다. 따라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된 이상 그 조항은 헌법재판소법 47조2항 단서에 정해진 대로 효력이 상실되고,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의 주문에서 심판대상 법률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되고, 이유 중 결론에서 개정시한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그 다음날부터 효력을 상실했다고 하더라도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대법원 2011.6.23. 선고 2008도75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두 기관의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다. 차제에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든, 두 기관이 통일적 해석기준을 마련하든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다. 그 이전까지는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변형결정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 법률이 헌법에 합치되면 합헌이고, 헌법에 위반되면 위헌이라는 단순 명료한 원칙으로 돌아가고, 위헌결정에 따른 입법상 공백, 수사상 문제는 국회와 검찰·경찰이 대책을 마련하면 된다. 우리 헌법상 헌법재판소는 입법기관·수사기관이 아니라, 인권의 최후 보루기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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