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득 의원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근로감독권과 예방노동행정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원순·이재명 “지자체에 근로감독권 없어 한계”

박원순 서울시장은 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시대! 지방정부 노동행정 혁신의 과제와 방향성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근로감독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노총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박 시장은 “지방분권 시대에 노동행정은 지방정부 권한이 돼야 한다”며 “서울시에 근로감독권을 준다면 수백명을 동원해 근로기준법 위반자를 엄정 처벌하고, 굉장한 혁신과 노동행정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근로감독 행정을 비판하면서도 노동부 근로감독관 인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감독·수사권한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답답함을 호소한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근로감독관과 비슷한 노동조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사업장에는 감독권한이 없어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만 감독하는 실정이다. 시정명령이나 사법처리 권한은 없다.

지방선거 유력 후보가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이달 1일 발표한 노동절 메시지에서 “민주화의 마지막 과제는 노동과 경제민주화이지만 안타깝게도 도지사는 권한이 별로 없고 근로감독 권한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지방정부에 근로감독권한을 주는 법 개정을 추진해 임금체불·근로계약서 미작성·최저임금 위반·성희롱·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근로기준·산업안전 분야는 중앙·지방정부 협업”

고용노동행정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은 예민한 문제다. 노동계도 그동안 반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노동부가 수행 중인 고용보험사무 일부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노동계 반발로 무산됐다.

지방정부는 전문성이 떨어지고, 고용노동행정은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 근로기준이나 산업안전 분야는 중앙정부가 강력한 감독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후보 주장은 근로감독관을 증원하고 근로감독 행정을 강화하려는 노동부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감독권·수사권까지 포함하는 이양보다는 예방업무 이양이나 지자체·중앙정부 간 협력 강화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고용서비스부터 시작해 산업안전·근로기준 분야까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협업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정 본부장은 “산업안전이나 근로기준 분야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다만 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지자체 공무원이 팀을 만들어 협업을 강화하면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철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장은 상담·교육·홍보·감시·사회적 대화 같은 예방적 노동행정에 한해 지방정부 이관을 제안했다. 박 센터장은 “중앙정부가 근로감독권한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지방정부도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생활밀착형 예방행정은 노동부가 거의 못하던 것들인 반면 지방정부들은 상당수 시행하고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늘었지만 예방행정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임금체불이나 근로계약서 미작성 같은 기초적인 법규 위반 예방행정을 지방으로 이양하면 지방정부의 노동정책·행정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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