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평소 아이를 돌봐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멀리 사는 엄마가 말했다.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아쉬울 때가 있다. 노동절에 출근하려는 데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가슴 졸여야 했다. 가깝지도 않은 처가에 아쉬운 소리를 좀 했다. 장난감 선물 인심 후한 할머니 품에 안겨 아이는 하루 잘 지냈다. 품에는 평소 노래를 부르던 변신 공룡을 끼고 있었다. 장난감 쇼핑에 심취했던지 마트에서 그만 바지에 쉬를 했단다. 그러거나 말거나 새 팬티와 바지 입고 아이는 저녁 내내 신났다. 마음이 놓였다. 할머니는 해결사였다. 할머니 등은 편안한 침대였고, 할머니 주머니는 제 주머니였다. 달달한 간식도 할머니 집엔 많았다. 아이들 보는 만화에서도 할머니는 대놓고 슈퍼맨이다. 쉬가 급한 아이를 안고 뛰고 난다. 풍선 몇 개면 하늘을 둥둥 날았다. 하늘 나는 예쁜 꿈이라도 꾸고 싶은지 아이는 할머니 등에 업혀 내릴 줄을 모른다. 날도 좋으니 걷고 뛰자며 온 가족이 노동절 마라톤대회 나섰는데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매달린다. 자식 다 키운 할머니는 요즘 손주 돌보느라 맘 편히 늙지를 못한다. 어쩌다 계 모임에서 봄바람 쐬러 간대도 자식 손주 일정 살피느라 답이 늦다. 사골곰탕 한 솥 끓여 두고 할아버지와는 주말부부 생활이다. 낯선 냉장고 정리를 두고 다 큰 자식과 다툰다. 어린이집이며 학교를 매일같이 오간다. 우리고 또 우려내 사골곰탕 같은 노동이 이어진다. 좋은 일자리와 노동존중 사회 만드는 일이 다가올 초고령사회에서 중요한 노인복지가 되겠구나 싶었다. 이제 막 마라톤 출발선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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