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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졸업생노조 출범, 직업계고 현실 드러낼까

5월1일 노동절에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조가 출범했다.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한국 사회를 ‘학벌골품제’라고 표현했다. 신분 계단 가장 아래에 놓여 있다고 하소연한다. 비단 차별만 문제겠는가. 직업계고 학생들은 기업에서 현장실습하는 교육과정이 있다. 말이 교육이지 직장내 가장 밑바닥 일을 경험한다. 노동자가 아니니 노동법 보호도 못 받는다.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일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셀 수 없이 많이 일어난다. 특성화고 문제 어떻게 바꿔야 할까.

청년노동자들에게 노조는 생존수단
고은선 공인노무사

고은선 공인노무사

특성화고 졸업생 노동자들은 왜 노조를 만들었을까. 본인들의 삶이 불안해서다. 실습 중에도 죽고, 졸업을 해도 죽어 가는 현상을 지켜만 봐야 했던 이들이다. 노조의 주축은 올해 처음으로 사회에 나간 스무 살 청년들이다. 이들은 노동자로 살아가며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할 방안이 노조밖에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노조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는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아 노조를 만든다고 호소했다. 이들에게 노조는 생존 수단인 셈이다.

그들이 겪는 차별도 노조로 모인 이유가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2만여개 업체가 현장실습생을 받아 왔다. 공공기관·대기업은 극히 일부고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태반이 사회에 나와 학력 차별을 겪고, 장시간 노동과 인격모독을 당해도 참아야만 하고, 처우마저 나쁜 곳에서 일하고 있다.

노조는 급격히 확장해 나갈 것이다. 자신들이 당하는 차별이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분노하고 있다. 청년의 역동성, 빠른 소식 전파력을 무기로 규모를 키워 나가리라 예상한다.

이들의 노조활동을 비단 특성화고 졸업생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 그들은 우리 사회 청년노동자들의 오늘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사회 가장 아래에 약자로 있는 청년들이 부당함을 철폐하고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들의 싸움은 특성화고 졸업생 처우개선과 노동권익 향상 문제를 넘어 이 사회 청년 노동자·청년 비정규직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투쟁을 응원한다.

청년노조는 노동운동의 미래다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

특성화고졸업생노조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과 전주와 제주에서 발생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운동의 미래를 열어 갈 특성화고졸업생노조의 출범을 축하한다. 한국노총은 청년노동자 조직화와 권익보호 활동에 더욱 매진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특성화고 졸업생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느끼게 되는 분노를 잘 안다. 무엇보다도 저임금에 놀랄 것이며 차별대우와 인격적 모멸감도 느낄 것이다. 그들이 이러한 현장의 불만을 개인적으로 해결하거나 포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반드시 노조설립을 통해 집단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권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노조설립은 참으로 장하고 잘한 일이다.

부모세대의 노조 조직률은 10%를 조금 넘었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자신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일찍 터득했다. 바로 노조설립이다. 청년세대에는 더 이상 노조활동을 이유로 탄압받거나 직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들이 주도하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노조 조직률이 높고 좀 더 평등하고 나은 세상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 노조들은 더 분발해 미조직 청년노동자 조직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의 청년들이 우리 사회 주역이 되는 세상에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일부 재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와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의 존엄과 가치가 진정으로 존중돼야 한다.

교육을 가장한 노동착취 제도, 현장실습 폐지해야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

세계노동절이던 5월1일, 교사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조 인정을 촉구하고 있을 때 직업계고 졸업생들은 광화문광장에서 노조설립을 선언했다. 이날이 문재인 정부 출범 357일째였지만 ‘노동존중 사회’는 오지 않았고, 교사와 학생과 졸업생들은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전교조가 여전히 법외노조여서 교사는 노동 3권은커녕 ‘노조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상태다. 교육을 가장한 노동착취 제도인 현장실습은 기만적인 개선안으로 연장돼 또 다른 희생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고 있으나 노동현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이때 들려 온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출범 소식은 ‘노동의 봄’을 부르는 전주곡과 같다.

‘특성화고’라는 그럴싸한 포장으로 청소년과 사회초년생의 노동을 값싸게 부려 온 자본가들은 이제 긴장해야 할 터다. 노동조합으로 무장한 직업계고 졸업생학생들이 부당처우와 차별대우를 더 이상 묵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의 처지를 개선할 힘은 오로지 노동자 자신에게서 나온다는 노동절의 교훈은 이렇게 또 하나의 노조를 만들어 냈다. ‘노동존중 사회’는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가 이루게 될 것이다.

조기취업이 목적이라면 직업계고는 2년으로 단축돼야 할까? 직업계고는 학교다. 보편교육에 소홀해서는 안 되며, 전공실습은 철저히 교육적이어야 하고, 졸업 후 온전한 노동자의 삶을 위해 노동기본권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3년으로도 부족할지 모른다. 따라서 과제는 분명해진다. 교육도 노동도 아닌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직업계고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해 정상화하는 것이다. 대입제도 개선만큼 중요한 교육개혁 과제가 직업계고 교육과정 정상화임을 정부가 어서 깨닫길 바란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이 마주하는 노동현실
이숙견 부산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대책위 집행위원장

이숙견 부산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대책위 집행위원장

직업계고는 직업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학교다. 하지만 현실 직업계고는 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들이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학교로 인식된다. 그렇기에 ‘취업’이 강조되고, 학교도 산업체를 확보하느라 분주하며, 교육청과 학교·학생들도 취업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들어간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노동현실은 ‘갑’의 위치로 군림하는 기업의 만연한 위법행위에 노출되며, 현장실습생이기에 일상적인 모욕과 차별, 일터 괴롭힘이 만연하다. 이러한 행태는 취업이 된 이후에도 지속되어 일상적인 권리침해와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의 죽음과 권리침해가 중단되려면 취업중심이 아닌 학력, 나이,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노동’과 ‘노동하는 자’가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 시작은 대안적인 직업교육의 마련과 학생부터 교직원, 학부모까지 노동인권교육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

노조 출범은 더 이상 죽지 않겠다는 외침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

3월28일 이마트 무빙워크를 수리하던 스물한 살 청년노동자가 사망했다. 안전수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채 1분도 하지 않은 안전교육은 10분 동안 한 것으로 안전일지 서명이 조작됐다.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입대를 앞둔 청년노동자는 이마트 하청의 재하청 노동자였다.

같은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 채용박람회에서 “처음 채용박람회를 개최했던 당시의 초심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명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구직자와 직접 소통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신세계는 아직도 이마트 무빙워크를 수리하다 목숨을 잃은 청년노동자 죽음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청년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과 2인1조의 작업수칙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노동조합 없이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노동조합을 통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

지난달 27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추모문화제에 스물한 살 청년노동자의 여동생이 참석했다. 현재 특성화고에 재학 중인 여동생은 “2년 뒤 노동자가 된다. 나도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노동자들과 오빠를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마트산업노조는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잊지 않고, 정용진이 사과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특성화고 졸업생 노조 출범은 을이었던 청년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선언이자 더 이상 죽지 않겠다는 외침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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