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토요배달을 내년 7월1일까지 전면 폐지하기로 한 뒤 특수고용직인 위탁택배 노동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규직 집배원이 처리하던 토요일 택배물량을 떠안으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주 5일제에 따른 부담을 위탁택배 노동자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토요배달을 올해 7월부터 대도시부터 폐지할 계획이다. 내년 7월1일 전면 폐지한다. 주 52시간제에 맞춰 장시간 노동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토요배달 물량은 외부에 위탁한다. 특수고용직인 위탁택배 노동자들이 이 업무를 할 전망이다.

위탁택배 노동자들은 우체국 택배물량이 거의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근무하고 있다. 물량에 따라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 계획에 따라 7월부터는 토요일 택배물량을 이들이 모두 처리해야 한다. 김진일 노조 정책국장은 "계획대로라면 위탁택배 노동자들의 토요 업무량이 대폭 늘어나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이를 방지하려면 우정사업본부는 더 많은 위탁노동자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집배원 주 52시간제, 주 5일제 근무 시행을 위해 비정규직인 특수고용직이 더 늘어나게 되는 이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배원 인력충원 없이 토요배달을 폐지하려 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집배원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조치가 준비되는 과정에 위탁택배 노동자의 노동강도가 올라가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출근시간을 늦추면서 택배물량을 받기 위해 위탁택배 노동자들이 우편집중국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단지와 같이 배송시간이 비교적 적게 소모되는 구역은 집배원에게 배정하고 주택단지는 위탁택배 노동자에게 배정하는 구역 조정이 추진되고 있다.

노조는 "집배원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대책이 위탁택배 노동자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에 분노한다"며 "우정사업본부는 비정규직의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는 대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14일 위탁택배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우정사업본부 규탄 결의대회를 광화문 인근에서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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