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사산되거나 질병을 갖게 된 태아의 산재를 인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제주의료원 노동자 태아에 대한 산재 인정 논란이 계기가 됐다. 2009년과 2010년 제주의료원에서는 임신 간호사 15명 중 5명이 유산하고, 7명의 신생아 중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채 태어났다. 간호사들은 태아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항암제와 유해약품을 취급했다. 또 인력부족으로 과로에 시달렸다.

간호사들은 태아에 대한 산재 승인을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소송에 들어간 결과 1심은 산재를 인정한 반면 2심은 업무상재해로 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2014년 “태아 건강손상은 모체의 건강손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태아들은 산재심사 대상이 되고 산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서울고법은 2016년 “산재보험법상 수급자는 근로자 본인으로, 태아는 당사자가 아니고 태아는 독립된 인격체”라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공방이 장기화하자 태아에 대한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창현 의원은 산재보험법 개정안에서 임신 노동자가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 끝에 출산한 미숙아, 선천성 장애나 질병이 있는 자녀, 사산아를 업무상재해 대상에 포함했다. 요양급여를 포함한 급여수급권은 임신 노동자로 명시했다. 신 의원은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인데도 현행법은 임신 중인 노동자와 태아를 보호하는 데 미흡하다”며 “1996년부터 태아 산재를 인정하고 있는 독일처럼 우리도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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