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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빼먹지는 말라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말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 “조그만 이익을 치사한 수단을 써서라도 챙기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뜻을 풀어 준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가진 것 없는 벼룩의, 그것도 간이라니. 한낱 속담이지만 요즘 노동현장에 이 속담만큼 꼭 맞는 말도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주지 않기 위해 벌이는 사용자들의 편법과 탈법이 아닐까 한다.

올해 최저임금 고시 이후 최근까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 접수되는 사례는 각양각색이다. 휴게시간을 확대하거나 월 소정근로시간을 임의로 줄이는 행태는 아예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도 최저임금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는 수법이다. 최저임금 인상액만큼 별도 수당을 신설하는 방법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른바 기본급에 반영하지 않는 이유는 기본급을 기초로 산정되는 연장·야간근로수당 등 법정수당 인상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만약 수백 퍼센트에 이르는 상여금 산정과 연동돼 있다면, 최저임금이 무려 16% 인상됐다고는 하나 임금 총액은 그야말로 쥐꼬리만큼 반영될 뿐이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그나마 방어가 가능하다. 인상률 전부를 반영하지 않더라도 노사 합의로 조정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문제는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하거나 아예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다. 고용노동부 고시가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고작 몇 퍼센트를, 그것도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제 맘대로 정해 버리지만, 그 누구에게 항의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도움을 청할 곳은 노동부뿐이다. 그것도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노동부 입장은 다소 애매하다. 노동자 누구라도 위와 같은 편법과 탈법이 노동부에서 바로잡힐 것이라 기대한다. 16% 인상을 노동부 스스로 법(고시)으로 정했으니 자신이 정한 법을 집행하는 노동부가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고민할 여지도 없는 상식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별도 수당을 만든 사정만으로는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란다. 노동자들은 임금 총액이 16% 오르리라 기대했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해석이다. 이게 말인지 법인지 참말로 모르겠다.

위와 같은 해석은 최저임금법이 애초 목적한 입법취지를 크게 벗어났음은 이 글에서 말하지 않겠다. 무엇보다 그 자체로 논리모순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핵심 쟁점이 바로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킬 것인가에 있다. 사용자와 정부측에서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 현행 최저임금법과 최저임금법 시행규칙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정부 논리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상여금에까지 연동하는 부담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부 논리라면, 최저임금이 오르더라도 상여금에는 반영되지 않으므로 사용자로서는 사실 크게 부담될 일이 없지 않은가. 그저 놓아두면 그뿐인데, 굳이 개정 주장을 하는 이유는 상여금에 반드시 연동돼야 하기 때문이다.

탈법과 편법을 넘어 위법이 판치는 곳은 안타깝게도 영세 사업장이다. 어쩌면 외부에 공개적으로 사용자의 위법행위를 고발하기도 어려운 지경에 있을 것이다. 적절하지 않은 비유인 것은 알지만 사용자의 이러한 행태는 정말이지 벼룩의 간을 빼먹었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 노동자, 그중에도 매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만을 기다리는 이들이 무려 700만명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지만 노동현장은 정반대 상황이다.

지난 1일 잠실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한국노총이 주최하는 128주년 세계노동절 행사가 있었다. 여당과 정부측 인사들의 축사를 유심히 들었다. “지난해 5월9일 여러분 노동자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노동자들과 함께하겠다”는 감사인사와 공약 이행 다짐이 주를 이뤘다. 화려한 말과는 달리 노동현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더구나 행정적으로는 입법을 하고서도 집행을 달리하는 노동부를 어느 노동자가 신뢰하겠는가.

‘노동제도가 개선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대와 동시에 걱정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선’이 되면 모든 노동자들의 삶이 그만큼 나아져야 하겠지만 때로는 그 반대 효과가 나타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결과는 노동현장 양극화다. 개선된 제도는 그 규범력이 보장되는 공간에서는 당장 노동조건 개선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이 지켜 낼 능력이 있는 사업장으로는 노동조합이 있는 대규모 사업장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여력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법이 제대로 지켜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개선된 조건 이상으로 개선돼야 겨우 앞선 이들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텐데, 최저임금 사태에서 보듯이 탈법과 편법이 더 심하다. 그 결과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환경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대규모 사업장과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를 극복하는 데 하나의 조건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필자는 다시 한 번 노동부의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저임금 노동자들만큼은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드시 지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만 격차를 조금이라도 극복할 수 있지 않겠나. 노동절에 정부측 인사 중에서 누군가 외친 말이다. “다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위하여.”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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