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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계고 현장실습 바꾸자 ①] 죽음 부르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이숙견 부산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지난해 1월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해지방어 업무를 하던 특성화고 실습생이 세상을 등졌다. 그해 11월에는 제주 음료공장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이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전공과 동떨어진 일을 하며 압박감에 시달렸다. 잇단 죽음은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제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올해 2월 또다시 조기취업 현장실습을 유지하고,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 교육감 후보들에게 직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입장을 묻고, 제도를 바꾸자고 요구했다. <매일노동뉴스>가 5회에 걸쳐 그들의 호소를 싣는다.<편집자>
 

이숙견 부산특성화고·마이스터고
현장실습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직업계고등학교는 직업교육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학교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현장실습과 노동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마치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만으로 대변돼 왔다. 결국 학생들은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에 대한 직업교육을 받기보다 대부분 노동을 하러 산업현장에 파견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은 보호되지 못한 채 직업교육은커녕 매년 현장실습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참담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참담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현장실습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전주 콜센터에서 사망사건이 일어난 뒤 교육부 개선방안이 발표됐지만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제주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교육부의 땜질식 개선방안으로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전반을 재검토해야 될 시점이다. 더 이상 현장실습 과정에서 참담한 사고와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래와 같이 몇 가지 정책방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직업계고 현장실습으로 대변되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은 폐지해야 한다. 직업교육이 되려면 기업들이 체계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대부분 현장실습생을 파견받은 기업은 준비가 돼 있지 못했다. 오히려 값싸고 써먹기 좋은 저임금 단기간 노동자로 학생들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학교·교육청·교육부 또한 취업률과 동일시하면서 ‘묻지마 현장실습’으로 무조건 학생들을 현장으로 내보냈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해도 학생들에게 감내하라고 하거나, 기업에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둘째, 직업계고의 교육 목표는 ‘취업’이 아니라 ‘교육’이어야 한다. 청년취업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마치 직업계고에 들어가면 취업이 해결되는 것처럼 강조했고, 실제 학교 또한 그러한 요구에 부응해 조기취업을 알선해 주는 기관으로 복무했다. 학교는 산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으며, 교육부와 교육청의 비상식적인 취업률 평가에 휘둘렸다. 죽음을 부르는 현장실습을 막기 위해선 직업계고에 ‘교육’을 되살려야 한다. 정부는 취업률 올리기 위주의 대책이 아닌 대안적인 직업교육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안적인 직업교육을 통해 전문교과를 익힐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권리침해 상황에 순응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요구하고 제대로 맞설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을 목표로 해야 한다.

셋째, 이미 마련돼 있는 다양한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내실화해야 한다. 학교는 교내활동과 교외활동으로 나눠 상황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교내활동으로 특수교육 과정이수, 전문교과 동아리활동, 전공 또는 계열 관련 전문가 초빙강연이 있다. 교외활동으로는 산업체 견학과 직업탐색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공동실습소 위탁교육과 직업교육훈련기관 등의 위탁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오히려 교육부와 교육청·학교가 해야 할 역할은 학생과 교사의 의견수렴을 통해 좀 더 실질적이고 대안적인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루거나 다른 방식으로 모면하기엔 너무나 많은 희생이 있었다. 더 이상의 희생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과 조기취업을 폐지하고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렇기에 시·도 교육청은 교육부의 미흡하고 문제투성이 개선방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구태의연한 태도에서 벗어나 학생들을 위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6·13 지방선거를 맞아 교육감 후보들은 답하기 바란다. 왜 직업교육을 받으러 간 학생이 죽어야 하는지, 지금이라도 죽음을 부르는 현장실습을 멈출 대안을 마련할 의지가 있는지, 대안적인 직업교육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감으로서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답해야 할 때다.

이숙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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