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5.21 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윤효원의 노동과 정치
새로운 코리아 시대와 노동운동
   
▲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코리아(Korea)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까. 4·27을 기점으로 코리아가 대한민국의 ‘한국’만을 뜻하지 않는 시대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코리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조선'을 포함시켜 이해해야 하는 당연한 상황이 쾌속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가 트윗에 '코리아'라 날릴 때 이는 한국이나 조선 어느 일방이 아니라 말 그대로 코리아, 즉 한반도 전체를 일컫는다.

아차! 한반도를 '한반도'라 부르는 사람도 한국 사람들 뿐임을 명심하자. 조선에서는 '조선반도'라 부른다. 영어로는 코리아 반도(Korean Peninsula)다. 같은 한자권인 일본과 중국에선 코리아 반도를 어떻게 부를까. 중국은 조선반도라 부른다. 조선 편이라서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한미일 3국 우익동맹까지 갈 뻔했던 일본은 '한반도'라 부를까. 천만의 말씀. 일본도 조선반도라 부른다. 코리아 반도를 한반도라 부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일본은 조선을 북한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북조선'이라 부른다. 베트남은 북한을 '조선'이라 부른다.

코리아를 한국으로 해석해 이해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코리아는 918년 왕건이 건국한 고려에서 생긴 말이다. 그래서 코리아를 고려로 해석해 부르자는 제안도 있었다. 조선의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고려연방제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 조선이란 명칭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조선 사람 입장에서 한국이란 이름을 인정하기 어려우니, 코리아라는 말의 기원인 고려로 부르는 게 합리적이지 않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 그해 9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출범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3년 동안 처참한 동족상잔 전쟁을 치렀다. 코리아 전쟁(Korean war)이다. 이후 '조선 사람'이란 말은 비무장지대 이남에서 사라지고 '한국 사람'으로 대체된다. 이북에서는 애초부터 한국 사람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코리아 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게 되면서 반도 안 하나의 민족도 두 개의 국민으로 나눠져 지금까지 왔다.

정조 개혁이 실패하고 조선왕조가 패망기로 접어든 19세기 내내 왕조를 떠받들던 신민은 해체돼 고종 치하 대한제국민이 되는가 싶더니 이내 식민지로 전락해 일본제국의 '황국신민'이 됐다.

1919년 3·1 운동과 그해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으로 '신민'은 '국민'으로 변모했다. 코리아 민족이 코리아 국민으로 성장하는 대변환을 시작한 것이다. 1919년 임시정부는 하나의 정부하에 코리아 민족을 통합시켜 하나의 국민으로 탄생시키려 노력했다. 코리아 반도 안팎에서 치열하게 전개됐던 민족해방투쟁은 코리아 민족을 국민으로 세워 독립국가를 건설하려던 시도라 할 수 있다.

언어로서 코리아 말은 1천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민족으로서 코리아 사람도 언어 형성과 비슷한 경로를 거쳤다. 하지만 국민으로서 코리아 사람의 정체성은 조선왕조가 외세 압박과 침략을 당할 때 형성되기 시작해 일제 식민지를 거치면서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혈연·언어·문화 공동체로서 코리아 민족은 최소 1천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리고 1948년 전후 본격화한 냉전체제 등장으로 2개의 국민으로 나눠질 때까지 코리아 국민이라는 정체성은 최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었다. 1953년 정전 이후 65년째 코리아 반도 안 코리아 민족은 한국과 조선이라는 2개의 국민으로 나눠져 총부리를 겨눴다.

4·27을 계기로 코리아연합(Korean Union)이 실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코리아연합은 '2국가-2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자본 투자와 인적 교류를 획기적으로 증대하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정치 공동체를 목표로 하고, 중단기적으로 경제사회 공동체를 건설하는 그림이다.

조선 곳곳에 한국과 외국 자본 주도로 공단이 만들어지고, 한국과 외국 정부 지원으로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될 것이다. 기업 진출과 사회인프라 건설은 한국과 더불어 중국·일본·미국·러시아가 앞장설 것이다. 지금도 공항과 항만을 통해 해외 관광객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듯이, 비무장지대 전역에 걸쳐 설치될 월경소를 통해 한국인이 조선으로 가고, 조선인이 한국으로 오게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명승지 관광, 유학에 더해 한국의 사무실과 공장에서 일하게 될 조선인들도 늘어날 것이고, 그 반대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물론 하나의 코리아는 밝은 면만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나라들의 사례는 경제 통합과 사회 교류가 인권·노동권·환경·반부패 등 여러 영역에서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무나 당연하게 4·27은 노동운동에도 새로운 관점과 접근법을 요구한다. 우선 상호 대립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노동운동 국제주의 원칙(보편)과 코리아 민족주의 원칙(특수)을 어떻게 통일시킬 것인가의 과제가 떠오른다. '한국' 노동운동의 좁은 틀을 벗어나 '코리아' 노동운동의 전망을 열어 나가는 과정에서 부지런해야 한다. 새로운 코리아 시대를 열어 가는 대장정에서 대담하게 발상하고 발칙하게 상상하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2017년 5월 출범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2018년 1월 신년사 이후 코리아 반도에서 현실이 상상을 앞서는 시대가 도래했다. 노동운동도 여기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industriallyoon@gmail.com)

윤효원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효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