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은영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의 사진이 산재희생자위령탑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세계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식에 참석한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 속 노동자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사진 속에는 감전되고, 추락하고, 직업병에 몸이 상한 노동자들이 있었다.

“하루에 5명 죽고 250명 다쳐”

한국노총이 산재노동자의 날(28일)을 맞아 지난 27일 오전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산재희생자위령탑 앞에서 추모행사를 열었다. 산재사망 노동자 넋을 기리고 산재노동자와 그 가족을 위로하는 산재노동자의 날이 4월28일로 정해진 배경에는 1993년 태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있다. 그해 태국의 한 장난감회사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노동자 188명이 목숨을 잃었다. 3년 뒤인 96년 4월28일 유엔 본부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 참석한 국제자유노련(현 국제노총)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촛불집회를 열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날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일로 정하면서 각국이 추모일로 채택했다.

매년 120여개 나라에서 산재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스페인·방글라데시·영국·미국을 비롯한 19개 국가는 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2001년부터 산재노동자 추모행사를 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이날 행사 슬로건을 ‘더 이상 산재 없는 우리의 일터를 위해’로 정했다.

김주영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산재노동자의 날을 맞아 유명을 달리한 산재노동자 넋을 기리고, 더 이상 희생자를 낳지 않겠다는 다짐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산재 없는 노동현장을 위해, 산재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열다섯 살 문송면군이 수은중독으로 사망하고,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이 이황화탄소 노출로 직업병에 걸려 사회문제가 된 지 30년이 되는 해”라며 “지금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재와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산재노동자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을 촉구했다. 산재 없는 안전한 일터와 산재노동자 권익향상을 이루려면 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우리 사회가 산재사망자를 추모하고 산재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기 위해 나선 일터에서 하루에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250여명이 산재를 당하고 있지만 산재 희생자를 추모하거나 안전보건 의식을 높이기 위한 기념일은 전혀 없다”며 “국가기념일로 제정해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한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산재노동자 권익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의 외주화 막아야”

최근 <매일노동뉴스>와 양대 노총·노동건강연대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발표한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 명단에 따르면 1위를 차지한 삼성중공업과 5위까지 기업에서 사망한 37명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이날 추모식에서도 위험의 외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산재사망자는 연간 1천여명에 이르고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하청 노동자 사망비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산재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과 산재가 은폐되거나 재해인정 기준이 까다로워 업무상질병에 걸리고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망사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설·조선·화학·금속·기계제조 분야를 집중 관리하는 한편 산업현장 관리·감독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안전보건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하겠다”며 “산재에서 자유로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에 △4월28일 산재노동자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산재노동자 명예 보상 △비급여 부담률 대폭 축소 △산재노동자 원직복직과 재활을 위한 공동 노력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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