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1조원 규모의 회사 자사주 소각 방침을 "3세 경영권 세습을 위한 떡고물 던지기"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동의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다.

현대차지부는 29일 "노동자와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자사주 소각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에 분노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27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661만주, 우선주 193만주 등 자사주 854만주를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액으로 치면 1조원가량이다. 공시에 앞서 미국 투기펀드인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소유한 지분은 1.4%가량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의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현대차그룹이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사익 편취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차측은 공시를 발표하기 직전인 이달 26일 지부 조합원들에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회사가 자사주 소각으로 2014년 한전부지 고가 매입과 잡음이 이는 지배구조 개편 논란을 주가상승으로 피해 가려 한다고 보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안건으로 다루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는 다음달 말 열린다. 지부는 “자사주 소각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시장 반응이 싸늘하자 주주와 엘리엇에 떡고물을 던져 주기 위해 회사가 취한 조치”라며 “회사는 노동자의 피땀이 서려 있는 1조원을 3세 경영권 세습에 쏟아붓지 말고, 노동자 배분과 품질·생산성 향상을 위한 경쟁력 확보나 미래 친환경 자동차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대차는 "이번 자사주 소각은 엘리엇과 무관하고, 그동안 시행해 온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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