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지난해 5월1일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됐지만 피해 노동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크레인에 대한 두려움, 죽은 동료에 대한 죄책감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하나둘 일터를 떠나고 있지만 대책은 언제 마련될 지 알 수 없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를 눈앞에서 목격한 하청업체 소속 7명의 노동자는 최근에서야 모두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100명 넘는 트라우마 고위험군 노동자들은 여전히 방치돼 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 1년을 맞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는 구술기록 활동을 시작하는 이유다. 마창거제산추련은 29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구술기록 활동 시작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30일 연다"고 밝혔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추련 활동가는 "구술기록 활동으로 노동자 죽음에 침묵을 멈추고 사회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단초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마창거제산추련은 다음달부터 10명의 활동가가 각각 10명의 노동자를 만난다. 재해노동자와 유가족, 재해자이면서 치료받지 못한 노동자, 산재치료 중에도 트라우마 치료를 받지 못한 노동자, 사고를 목격하거나 처치과정을 함께하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노동자, 사고 처치·보호 과정에서 배제된 이주노동자가 대상이다. 활동기간은 9월25일까지다.

마창거제산추련은 구술기록 활동을 통해 산재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통합지원시스템 마련을 정부에 주문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산재를 경험하거나 목격한 노동자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겠다며 산재 트라우마 관리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마창거제산추련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사고로 산재처리된 건은 모두 32건이다. 이 중 7명은 현장에서 사고를 목격한 후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차례로 산재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산재 처리에 걸린 기간은 평균 3.7개월로, 최장 5개월이 걸린 노동자도 있었다.

마창거제산추련의 도움으로 산재를 신청한 이들은 그나마 나은 경우다. 산재신청이나 상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국 각지로 흩어진 노동자들이 부지기수다.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난 6월12일에서야 고용노동부 지시로 경남근로자건강센터가 노동자 847명을 대상으로 한 사건충격척도 설문조사를 했는데, 161명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들 중 거제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은 노동자는 단 10명뿐이다.

이은주 활동가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이 잦기 때문에 초기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뿔뿔히 흩어져 버린다"며 "노동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하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혼자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사각지대에 방치된 피해노동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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